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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4 17:08 수정 : 2019.11.15 02:43

13일 촬영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왕궁의 모습. 이곳에서 새로 즉위한 일왕이 햇곡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다이조사이’가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열린다. 도쿄/지지 연합뉴스

햇곡식 바치는 의식 ‘다이조사이’
거북점으로 쌀 고르고 밤부터 제사
종교적 성격 강해 소송 제기된 적도

13일 촬영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왕궁의 모습. 이곳에서 새로 즉위한 일왕이 햇곡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다이조사이’가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열린다. 도쿄/지지 연합뉴스

정교 분리 규정 위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왕 즉위 관련 의식 중 하나인 ‘다이조사이’가 14일 열렸다.

일왕 즉위 관련 여러 의식은 일본 전통종교인 신도와 관련성이 강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은 행사가 새로 즉위한 일왕이 햇곡식 등으로 제사를 지내는 ‘다이조사이’다. 행사 내용 자체도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은데다가, 2차대전 이전에는 일왕과 신이 일체가 되는 의식으로 선전됐다.

다이조사이 중심 행사인 다이조큐는 도쿄 지요다구 왕궁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참석한 가운데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3시까지 열린다. 이 행사만을 위해 왕궁에 임시 건물을 세웠다가 철거한다. 이 비용만 철거 비용까지 포함해 19억700만엔(약 205억원)이 든다. 올해 행사 전체 비용은 27억1900만엔(약 293억원)이 책정됐다.

이 행사는 다른 왕실행사보다도 비밀스럽고 종교색이 강하다. 행사에 쓰는 햅쌀을 어느 지방 쌀로 할 것이냐는 거북점을 통해 정한다. 지난 5월에 거북점으로 도치기현과 교토부 쌀로 정했다. 거북점을 어떻게 치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때도 다이조사이와 관련해 헌법상 정교분리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금으로 다이조사이에 참석하는 점을 이유로 삼아 소송을 냈다. 오사카 고등재판소는 1995년 다이조사이가 공공적 성격이 있으니 지자체장 참석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오사카 고등재판소는 다이조사이에 대해 “신도의식 성격이 있는 건 명확하다. 정교분리 규정 위반이 의심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시민들은 12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개신교와 가톨릭 등 기독교 단체들이 “천황을 신격화하며 종교적 행위가 포함돼 있다”며 공금 지출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일본 역사학자단체 등도 이날 다이조사이를 공공행사로 여는 것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일본 정부는 다이조사이가 국가 의식은 아니지만 중요한 행사이므로 국가 예산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왕실 내부에서도 비판이 있다.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가 지난해 다이조사이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 예산이 아니라 왕실 생활비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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