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8 04:59
수정 : 2019.11.28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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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새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에 대한 보전상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조사연구를 맡긴 단체인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의 자체 보고서를 작성해왔던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사진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았던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이재갑 사진작가가 찍은 방파제 너머 조선인 숙소의 모습이다. 이재갑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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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위탁한 ‘산업회의’
최근 3년치 보고서 살펴보니
차별·강제노동 부인 내용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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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새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에 대한 보전상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조사연구를 맡긴 단체인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의 자체 보고서를 작성해왔던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사진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았던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이재갑 사진작가가 찍은 방파제 너머 조선인 숙소의 모습이다. 이재갑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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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조사연구를 맡긴 단체인 ‘산업유산국민회의’(산업회의)가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의 자체 보고서를 작성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제출하는 경과보고서 성격의 ‘보전상황 보고서’에도 이 단체의 연구 내용이 상당 부분 담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일본 시민단체인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강제동원 네트워크)가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산업회의 작성 보고서 3년치(2016~2018년)를 보니,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기술이 상당수 발견됐다.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은 2015년 일본 정부가 근대 산업혁명 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한 곳으로,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은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포함해 일본 내 23곳의 탄광·제철소 등이 대상이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산업노동의 역사’ 부분 연구를 이 단체에 위탁했으며, 3년간 3억6천만엔(약 38억9천만원)을 지급했다.
재단법인 산업회의가 2016년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전시기 일본으로 노무동원된 조선인 탄·광부의 임금과 민족 간 격차’라는 한국 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본고는 전시기 일본에 동원된 탄·광부들이 받은 임금은 조선의 가족에게 송금됐다든지 현지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선택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조선인 탄·광부 임금은 일본인과 큰 차이가 없었고 민족 간 임금 차이가 민족 차별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저자 이름은 보고서에 없지만, 인용된 한국 학술지와 대조해보면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쓴 논문으로 보인다. 이 위원이 쓴 비슷한 내용의 글은 최근 출간된 <반일종족주의>에도 실려 있다.
2017년 보고서에는 외국인 산업노동 전문가의 강의 내용이 인용돼 있다. 강연의 상당 부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 자국민이 탄광에 노무 동원된 내용이다. 강연자는 영국에서 동원 절차가 “매우 공평했다”고 답한다. 징용은 전쟁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산업회의의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노동운동 참여 경력이 있다는 사람은 하시마(군함도) 등 탄광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으로 보면 비인도적 노무관리가 있었던 사실은 확실하다”면서도 “조선인이 특별히 학대받았다는 사실은 하시마에서는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2018년 보고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후쿠오카현 미이케탄광에서 “중국인 포로”(강제연행된 중국인) 관리를 맡았다는 사람은 인터뷰에서 조선인 강제연행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무슨… 집단 취직(이었다)”이라며 ‘구타 같은 학대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중국인도, 백인도 폭동을 일으켰다. 불만이 있었다면 (조선인도)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겠냐”고 말한다. 보고서에 강제노동 피해 당사자인 한국인 인터뷰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이 단체 누리집(홈페이지)엔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하시마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정하는 내용의 일본인 인터뷰가 여럿 실려 있다.
일본이 2015년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당시, 유네스코는 해당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메이지 시기 이후인 1940년대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반영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17년 보전상황 보고서에서 강제노동 등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 출신자가 일본 산업 현장을 지원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를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바레인 회의에서 다시 한번 이전의 권고를 상기하라며 새달 1일까지 일본에 보전상황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보고서 제출까지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제대로 반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강제동원 네트워크는 이달 초 일본 정부에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구두로 “재조사할 필요가 없다. 이 조사로 충분하다. 일본 정부의 견해”라고 답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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