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29 15:18 수정 : 2019.12.29 17:10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24일 청두 정상회담서 식품안전 관련 발언
한국의 일본수산물 수입금지 조처 염두 둔듯
일본 정부 작성 보고서 내용 참고한 듯
후쿠시마-한국 원전, 무리한 단순비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이하 후쿠시마원전)에서 나오는 배출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한국 원전 배출수보다 100분의 1 이하라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29일 <산케이신문>은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렸던 한-일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원전에서 배출되는 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량은 한국의 원전 배출수의 100분의 이하다”고 주장했다고 익명의 한-일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한국이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동북 8개현 수산물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런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언급했다는 후쿠시마원전 배출수는 원자로 건물로 흘러들어가는 지하수를 줄이기 위해 건물 부근에 설치된 지하 배수장치(서브드레인)에서 퍼 올린 물로 추정된다. 후쿠시마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 배출수를 정화한 뒤 방사성 물질 오염도가 기준치 이하인 경우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사고 당시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일어난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 주입하는 물과, 원자로까지 스며든 지하수·빗물 때문에 발생하는 고농도 오염수다.

아베 총리가 어떤 근거로 후쿠시마 배출수 방사성 물질 오염도가 한국 원전보다 100배 이상 낮다고 주장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신문은 일본 정부가 2016년에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후쿠시마원전 지하 배수장치로 퍼 올려 배출한 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연 1300억베크렐인데 한국 월성원전 배출량은 약 17조베크렐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이 보고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취한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동북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나 지난 4월 최종심에 해당하는 2심에서 역전패했다. 일본은 이 패소 이후에도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 식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처를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났던 후쿠시마원전과 월성원전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원전 부지 내부 탱크에 보관중인 오염수 120여만t도 바다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은 제거했으며, 이런 정화 과정을 거친 물은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의 원전 가동 국가에서도 해양에 방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작년 9월 정화작업이 끝난 오염수 총 95만t 중에서 89만t을 조사해 보니, 75만t이 여전히 배출 기준치를 넘는 여러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신문은 아베 총리의 후쿠시마원전 배출수 문제에 대한 주장에 대해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일본의 정보 공유라든지 혹은 투명한 처리, 이런 것들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언급이나 반론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이완 기자 garde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