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당당치 못한 ‘국민기금’ 감싸 와다 하루키 칼럼 게재 유감 |
[한겨레를 읽고]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칼럼 ‘무라야마 담화 이후 10년’(18일치 23면)에 대해 다른 생각을 지닌 독자들이 의견을 전달해 왔다. 그 가운데 일본 효고현 니시미야시 거주 일본인 독자가 보낸 의견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국민기금’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겉치레로만 해결하는 듯 보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할머니들이 피해를 받았다는 것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길은 가해사실을 인정한 뒤 책임자 처벌, 사죄, 보상과 교육 등의 시책을 추진해야 열린다. 국민기금은 그것을 “할머니가 불쌍하다”는 식의 문제로 바꿔버렸다. 할머니가 가엾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국민기금은 일본 국민에 대해 “우리들이 가혹한 죄악을 저질렀다”는 사실인식을 하게 하지 않고 “불쌍하니까 모금운동을 해서 도와주자”는 안이한 방향으로 피해 가도록 이끌었다. 그 결과 많은 성금이 모였지만 성노예 사실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려 하는데도 어떤 비판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와다 하루키 교수의 글에는 2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일본 정부에 대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진지한 운동과 당당하지 못한 ‘국민기금’ 운동을 뒤섞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모든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음에도, 마치 할머니들이 국민기금을 받지 않은 것이 원인인 듯한 인상을 주려 하고 있는 점이다.
나는 가해사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려는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와다 하루키의 기만적인 글을 실은 데 대해 항의한다.
다나카 히로미/일본 효고현 니시미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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