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4 17:59
수정 : 2019.11.05 02:40
이준신 ㅣ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세계 각국의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20~27일을 ‘국제 기후파업 주간’으로 선포했다. 이 주간에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캐나다 집회에 참석해, 캐나다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것을 촉구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요구는 전지구적일 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친 공통적인 사항이다. 2015년 12월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공동 대응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2020년 이후 출범하게 될 새 기후체제의 청사진을 담은 파리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파리협약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6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보편적이며 구속력 있는 역사적인 조약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37%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 해외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방안 외에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 등 소비 쪽에서의 자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일례로 베엠베(BMW)·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이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 ‘아르이(RE)100’에 참여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는 ‘아르이100’ 캠페인 참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지역 데이터센터에 매일 24시간, 주 7일을 100% 무탄소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24×7 카본 프리)을 발표했다.
이처럼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는 이유는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을 향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기업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전세계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전력 구매 비용이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르이100’과 관련해, 그동안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녹색요금제·전력구매계약 등의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데다, 낮은 전기요금 대비 경제성이 부족한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으로 말미암아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민간의 자발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시범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그간 글로벌 ‘아르이100’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이 주요 이행수단으로 활용한 녹색요금제와 전력구매계약을 국내에도 도입하는 것을 주요 뼈대로 하고 있다. 향후 본사업이 추진될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아르이100’을 선언하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대는 필자뿐 아니라, 얼마 전 막을 내린 ‘제8회 세계 재생에너지 총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행사의 공동주최기관인 산업부, 서울시, ‘21세기를 위한 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는 민간의 자발적 ‘아르이100’ 참여를 장려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는 그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온실가스 감축 제도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 등의 의무적 정책과는 달리, 에너지 수요자 쪽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후대응 수단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이 제도가 민간의 기후변화 대응 주체로서의 역할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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