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7 09:56
수정 : 2020.01.07 10:05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장, 윤리교육학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그 자체로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라도 교육에 대해서는 한마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한다. 대입제도를 이렇게 바꿔야 한다든지,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은 이러해야 한다든지 등이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교육 관련 담론이다. 시민사회에서 그 주인공인 시민이 교육에 관심을 갖는 일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교육이 그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견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교육문제에 관한 합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외형적 시민사회를 이끌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시민의 등장이다. 이 시민은 어떻게 가능할까?
민주주의가 삶의 양식임을 고려하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일상의 정치와 경제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량을 갖춘 시민이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도 이런 기대에 선뜻 긍정하는 마음을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민주시민 교육은 마지막 남은 보루이자 희망인지 모른다. 우리 학교가 과연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서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마지막 보루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는 물론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전국의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도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성공회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 등에 민주시민교육연구소가 만들어져 그 이론적 기반 또한 마련해가고 있다. 이념대립을 극복하는 과제를 안고 있던 독일의 정치교육 사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도 하고, 공적 토론에 의한 정치를 지향했던 불교와 유교 전통 속 민주주의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노력이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교육부가 주관하는 민주시민교육 포럼이 전국적으로 열리기도 했고, 학교 공간을 민주시민교육에 맞게 재구성하는 노력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시민으로서 주인의식을 전제로, 존중과 자율, 연대 등의 가치를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내용이자 목표로 합의해가는 수준의 중간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런 노력들이 어떻게 학교 현장과 만날 수 있는가이다.
이 과제의 실행 과정에서 그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당연히 교사의 관심과 역량이다. 이미 시작된 교사연수는 물론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역량 강화 사업이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교를 미래 시민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받아들이려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우리 시민사회의 성숙에 대한 기대가 가능해진다. 다시 학교 민주시민 교육을 말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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