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3 21:43
수정 : 2020.01.14 02:38
전경원 ㅣ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문학박사
연세대 교수 2명이 구속됐다.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행 정도가 중하다. 관련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의 행위 등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소명된 범죄는 입학시험에서 지원자 점수를 조작한 혐의다.
최근 방송된 ‘하나고 입시부정 의혹’ 편과 후속 보도로 나온 뉴스의 편입학 전형 입시부정 의혹에서는 지원자 점수를 조작한 정황과 증거가 확인됐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성상헌, 담당검사 신도욱)에 배당되어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방송사에선 필적감정까지 마쳤다. 평가위원이 아닌 누군가가 점수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확인됐다. 필체가 다른 2명의 평가서를 검찰에 증거물로 추가 제출했다.
하나고 사건의 경우, 교육청 감사 결과 파면이 결정된 교감이 퇴직하면서 수년간 학교 입시 결과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몰래 가지고 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전히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구속수사 등 어떠한 강제수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입시부정, 입시비리를 대하는 검찰의 잣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단편적으로, 입시를 위해 발급받은 서류의 직인 위조 문제만으로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력을 집중했던 사례와, 입시에서 평가자의 점수를 조작한 증거를 발견한 사례를 놓고 볼 때 어느 사안이 더 심각한 범죄인가.
향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은 검사와 판사가 핵심이다. 또한 공수처가 검사와 판사를 대상으로 수사해야 하는 핵심이 바로 입시비리 등 권력형·특권형 비리에 대한 수사에서 직무를 유기했는가 또는 직권을 남용했는가 여부가 될 것이다. 공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입시부정과 채용비리, 병역비리 등은 검찰과 사법부가 위중하게 인식해야 하는 영역이고, 마땅히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그간 검찰과 경찰 그리고 사법부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우리 사회의 신뢰 자본과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계층이동의 유일한 출구인 교육이 썩으면 사회적 분노와 갈등이 극에 달하는 법이다. 사회적 신뢰 자본이 무너진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올해 7월 출범하는 공수처 수사를 통해 처음으로 기소하고 처벌해야 하는 제1호 사건은 현재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고 있거나 과거에 수사했던 입시부정 사건이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입시부정 관련 수사에서도 검경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권한을 남용하여 비리를 은폐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에 대한 꿈을 막고 공정성을 심각하게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한 부분이 있다면 향후 공수처의 철저한 수사와 기소 그리고 처벌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권력 및 자본과의 유착을 감추고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관행에도 죄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 이제 판사나 검사들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내가 담당한 사건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이젠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되며 감옥에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늦었지만 공정한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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