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31 19:40 수정 : 2005.01.31 19:40

지율 스님, 당신은 제가 알지도 못하는 분입니다. 저는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조용히 세상 생각, 제 생각 하면서 지내고 있는 법학 교수이기 때문에 당신의 행적을 샅샅이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언젠가부터 도롱뇽 소송 하시는 분, 그리고 단식을 밥먹듯이 하시는 분으로만 알고 있었지요.

며칠 전 매스컴에서 지율 스님 단식 구십 며칠째 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문득 이러다가 정말 돌아가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은 잠시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급해지기도 하고, 한 분의 생명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이 솟아나기도 하고 해서 곰곰이 저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무수한 생명이 살았다 죽어가고 있어도, 우리는 그 모든 죽음에 개입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죽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그 죽음을 멈추고자 노력을 기울입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마음에 집힌 생명에 대해서는 그 죽음이 안타깝기 때문에 약도 드리고, 병원도 찾고, 문병과 위로도 하고, 그분의 쾌유를 위해서 기도도 드리게 됩니다. 어차피 모두 죽지만, 이렇게 지금 죽는 것은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이 나서서 그 죽음을 막고, 지연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에게 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스님께서는 도롱뇽의 죽음에 마음이 집히신 것입니다. 한 번 집힌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이제 스님은 도롱뇽과 많은 자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스님의 생명을 불태우고 계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가는 곳을 위하여 살다 갑니다. 우주 전체에서 볼 때에는 극히 작은 부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의 마음이겠지만, 이런 작은 사랑들이 시시때때로 모여 이제껏 지구와 인류를 지탱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념으로 본다면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주 가까운 몇 가지만이라도 구체적으로 충실하게 사랑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은 천성산의 생명을 사랑하면서 보편적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천성산으로부터 비롯된 생명 일반의 가치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지율 스님, 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저의 마음이 스님의 부당한 죽음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보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저보다도 몇백배 강한 애정을 가지고 스님의 꺼져가는 생명을 안타깝게 부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천성산의 도롱뇽은 지구상의 수많은 다른 도롱뇽들과 마찬가지로 죽어갈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실수로 부당하게 죽임을 당하게 하지 말자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일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이미 도롱뇽에게 사랑을 베풀 만큼 베푸셨습니다. 이미 그 문제는 스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던져졌습니다. 부당한 생명 파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부와 법원,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은 물론 언론기관과 시민단체 등 우리 사회의 공적 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넘어왔습니다. 저도 대학의 법학자인 관계로 이미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스님, 보십시오. 얼마나 큰일을 하셨습니까? 지금 스님의 생명은 스님만의 것이 아닙니다. 저의 생명과도 관련이 되고 있습니다. 스님이 천성산 모든 것들의 생명에 연결되었듯이, 저와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천하보다 더 귀한 한 생명이 파괴되는 데에 방관했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당장 단식을 중단하시고, 몸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단식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몸의 회복이 잘될까 하는 걱정이 더욱 큽니다. 스님 꼭 부탁드립니다. 쾌유하셔서 두고두고 우리가 사는 끝 날까지 우리의 마음이 가는 그 귀한 사람들과 우주의 그 많은 것들에 대해서 생명이 부당히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지키고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꼭 일어나십시오.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