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7:01
수정 : 2020.01.13 02:36
현행 형사소송법 제195조(검사의 수사)와 196조(사법경찰관리)는 검사와 수사경찰을 지휘-복종 관계로 규정하는 핵심 조항이다. 1954년 형소법 제정 때 그래도 ‘경찰 파쇼보다는 검찰 파쇼가 낫다’(엄상섭 의원)며 도입했다. 당시에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면 ‘검찰 파쇼’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 때문에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게 좋겠다”는 전제를 깔아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65년4개월 동안 이 체제는 계속돼왔다.
형소법은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적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의 개시·진행·종결권을 갖는 검사는 직접 수사하거나 사법경찰관의 수사를 지휘하거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송치를 지휘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사권을 행사한다.
패스트트랙을 거쳐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과 경찰의 이런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제195조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 신설)고 규정했다. 기존 ‘검사의 수사’ 조항과 같은 내용으로 ‘사법경찰관리’ 조항을 만들어 경찰도 별도의 수사 주체로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보완 수사’나 ‘시정 조처’ 또는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징계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있는 경우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신설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으면 관할 고검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심의위는 10명의 외부위원으로 꾸려진다. 검경을 상하관계에서 대등한 협력 관계로 바꾼 개정안은 참여정부 시절 논의하던 수준보다 경찰의 권한을 더 강화했다.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또 다른 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 대상 범죄를 제한해놓았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으로 한정했으나 대통령령으로 언제든 추가 조정할 수 있게 해놓았다.
공수처 신설에 이어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애초 검경 합의대로 자치경찰제 등 경찰 개혁법안도 손봐야 한다. 공룡 경찰의 탄생도 막아야 하니까.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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