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7:57
수정 : 2020.01.13 02:35
김성윤 ㅣ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대체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특정 노래나 가수가 가요 차트를 점령해서 알쏭달쏭했던 적 말이다. 이상한 일이 반복되면 누구나 의심이란 걸 하기 마련이다.
1월4일 에스비에스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음원 사재기 논란을 다루면서 ‘바이럴 마케팅’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마케팅 대행업체가 공장 수준의 프로그램을 돌려서 음원 순위를 조작했다는 보도였다. 바이럴 마케팅이면 말 그대로 입소문이어야 할 텐데 기술적 허점을 이용한 불공정 행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 때처럼 그동안의 대중적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고 마는 것일까.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의 마음은 아연실색과 냉소를 오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문화산업은 참으로 이상한 일투성이다. 열거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버닝썬 사태, 악플 문제, 그리고 이제는 투표 조작과 음원 사재기 논란까지 터졌다. 이들 각각은 연예인, 팬, 방송사, 기획사 모두한테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알려주는 징표들이다.
방송이 나가고 며칠 뒤에는 음원 사재기의 주역으로 꼽혔던 기획사에서 반박 설명회를 했다. 대중들의 외면을 받으면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문화산업의 논리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의혹을 풀어야 했을 것이다. 해당 기획사는 사재기를 한 적이 없고 페이스북을 통한 정상적인 바이럴 마케팅만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문답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누군가 음원 차트 성적도 좋은데 콘서트 매진은 왜 못 시키냐고 물었던 모양이다. 즉, 음원 순위가 조작된 게 아니냐는 물음인 셈이다. 그랬더니 오히려 “아이돌은 돔 콘서트도 하는데 왜 차트 1위를 하지 못하거나 지속시키지 못하냐”고 반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나쁘게 보면 전형적인 견강부회 같지만 달리 보면 이해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들은 충성스러운 팬을 보유하지 못했을지언정 대중성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반론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음원 사이트의 기술적 환경과 이를 둘러싼 과잉 열기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업자들이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기는 하지만, 이미 아이돌 팬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스밍총공’(스트리밍 총공격) 관행이 일반화된 건 또 어떻게 볼 거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덕질’ 하는 아이돌이 컴백을 하면 조직적으로 음원 스트리밍을 돌리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쯤 되면 반문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정한 차트 순위라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
당분간은 의심과 논란, 문제 제기와 반박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태가 생각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문화산업과 기술적 환경에서 대중들의 적극적 역할과 주도성이 강조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성’을 해치는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들이 만연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정한 영역이라 믿었던 소셜미디어는 허위, 과장, 조작의 발원지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바이럴 마케팅은 그 핵심에 대중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위법적 행위가 있다면 엄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서 공정성이라는 ‘규범’적 쟁점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도 주목해볼 만하다. 어느 분야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사람들 사이에 과몰입이 심화될수록 공정성이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 불가능한 말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차원이 대중 속으로 들어갈수록 우리가 사는 현실의 매듭은 꼬이기만 한다. 공정하게, 정상적으로 산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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