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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18:22 수정 : 2005.01.02 18:22

12월31일까지로 돼 있던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의 주둔기간을 1년 연장하는 동의안이 31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나라의 정체성과 국민의 생명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인데도 찬반 토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주 유감스런 일이다.

이라크 파병이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은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미국은 매주 10억달러 이상의 전비를 퍼붓고 있으나 현지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며 병력을 보냈던 나라들이 대부분 철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대규모로 병력을 주둔시킬 나라는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 외에는 우리나라뿐이다. 어느새 우리나라가 ‘이라크 침략동맹’의 한 축이 돼버린 셈이다. 현지 저항세력이 자이툰 부대를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는 뉴스도 이제 일상적인 것이 됐다. 불과 몇달 전에 일어난 김선일씨 납치·살해 사건도 의도적으로 무시된다.

이라크 파병을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한 번도 국민 앞에 나와 자세하게 얘기한 적이 없다. 그만큼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파병 연장에 대해서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일단 갔으니까 더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왔을 뿐이다. 지난 6월 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무기력했다. 애초부터 파병에 찬성한 한나라당은 진지한 내부 토론조차 하지 않았다. 의원 10명 모두가 파병 연장안에 반대표를 던진 민주노동당이 그래서 더 돋보인다.

이라크 침공은 세계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추악한 전쟁이다. 파병 연장은 이 전쟁에 좀더 깊숙하게 발을 담그겠다는 부도덕한 결정이다. 과거 베트남전 때 그랬듯이, 상황이 더 나빠지면 미국은 더한 것을 요구할 것이다. 잘못 꿴 첫 단추를 바로잡지 않았으니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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