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02 18:27 수정 : 2005.01.02 18:27

새해 을유년에 출범 3년째를 맞이하는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선정한 ‘12대 국정과제(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등)’를 중심으로 그동안 개혁적인 국정을 펼쳐왔다. 그러나 임기의 반환점을 맞은 이 시점까지도 참여정부는 소위 말하는 ‘얕은 진보주의’ ‘빈곤한 진보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총체적인 경제난국 속에서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치·사회부문 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들은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로 국민들의 지지는 현저히 약해지고 있다.

2002년 우리 사회의 비주류였던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승리했을 때, 또한 작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헌정사상 최초의 의회권력 교체를 이뤄냈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새로운 감격과 희망, 그리고 커다란 기대를 나타냈었고, 이와같은 희망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경제·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을 열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열망을 담을 내용과 그릇은 지금까지 너무나 부족했고 그 결과 이름 뿐인 ‘참여’와 ‘열린’만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남아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줄 수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은‘지속가능한 발전’의 진정한 구현이어야 한다. 20세기 내내 이어온 개발주의와 성장우선주의에 매몰되었던 발전이 아닌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호혜를 통한 발전, 세대간·계층간 조화와 협력을 통한 발전이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세대 인간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미래세대와 자연까지 고려하는 경제·사회·문화·정치·행정·과학기술 등 사회 전반의 질적 발전을 포괄한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성 문제는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 전반의 가치와 제도, 시스템 문제를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것은 국가·시민사회·시장의 역할자들이 각자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역할분담과 협력, 그리고 조정과 합의의 방식을 필요로 하며 이 대목에서 지속가능성은 다자간 협력적 통치란 의미의 ‘거버넌스’와 이어진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는 사회 여러 영역에 있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 간 포괄적인 참여와 상호간 자율적인 협력을 통해 사회체제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해내는 통치양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의 특성상 그 실현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밖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공동참여를 통한 협력적인 해결방식을 필요로 한다. 거버넌스는 정부 중심의 공공부문, 민간기업 중심의 사적부문, 시민사회의 다양한 활동영역 중심의 자발적 부문간의 역할분담과 협력관계를 통해 구성되고 작동하게 된다.

현재,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거버넌스 기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버넌스 통치의 시도는 여전히 개발주의 ‘발전 관성’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세력들의 장벽에 막혀 지지부진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전문가 일변도의 편향된 구성과 의사결정, 정책집행 과정에서의 효율성 저하 등의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신)개발주의의 폐해(양극화된 빈부격차, 국토환경의 파괴, 노사간 대립 등)를 극복하고 새로운 21세기 대한민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이 구현되어야 한다.

2005 을유년! 참여정부를 통해 시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효율적으로 참여하는 ‘정치체제’, 자립적이고 지속적인 토대 위에 잉여와 기술적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경제체제’, 조화롭지 못한 발전에서 야기되는 긴장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체제’, 자기 수정능력을 가질 수 있는 유연한 ‘행정체제’등 대한민국 국가통치의 전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허태욱/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