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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8:41 수정 : 2005.01.14 18:41

국내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타이 여성노동자 5명이 몸 아래가 마비되는 ‘다발성 신경장애’ 에 걸렸고, 같은 증세로 고통받다가 타이로 돌아간 3명은 윗몸까지 번져간 사실이 확인됐다. ‘꿈’을 안고 빚을 내어 한국에 온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몹쓸 병에 걸려 고통받는 전형적 사례다.

흔히 ‘앉은뱅이병’으로 불리는 이 병은 ‘노말헥산’이라는 독성 유기용제에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노출 될 때 걸린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장갑과 얼굴 보호용 장구는 물론, 방독마스크를 쓰도록 규정한 까닭이다. 따라서 사업주와 관리당국이 법 규정에만 충실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밝혀진 노동 현실은 충격적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보호장비 없이 하루평균 15시간씩 최고 3년 동안 노말헥산으로 세척 노동을 해 왔다. 병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상황이다. 장시간의 ‘위험 노동’으로 손에 쥐는 돈도 최저임금 미만이었다.

타이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나라들, 심지어 중국의 동포사회에서 한국은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추한 나라’로 지탄받아온 지 오래다. 노동부는 뒤늦게 비슷한 노동환경에 있는 전국 367개 일터에 ‘특별점검’을 하겠다며 부산을 떨고 있다. 하지만 ‘과시적 대응’으로 풀 문제가 결코 아니다. 병에 걸린 8명 가운데 7명이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연수기한을 넘긴 이른바 ‘불법 체류자’였다. 당국이 ‘불법 단속’을 내걸어 서슬 푸른 체포에 나선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산업기술 연수제도와 병행하는 입법을 강행할 때, 이미 예견된 일 아닌가.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을 병들 만큼 착취하거나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더는 ‘지속’되어선 안 된다. 타이 노동자들의 집단 발병을 ‘추한 대한민국’의 굴레를 벗어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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