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학력란 폐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
올해부터 모든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의 응시원서에 학력 기재란이 없어진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인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데 정부가 앞장선 조처로 반길 일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학력과 출신학교라는 선입견이 당락에 영향을 끼칠 여지를 없애기 위해 행정고시·외무고시 등 모든 국가공무원 시험에서 학력 기재란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면접시험에 앞서 요구했던 학적부·성적부 등 학력 관련 자료도 일체 받지 않기로 했다.
국가공무원 선발 시험에서 학력 제한은 없어진 지 오래지만, 면접에서는 학력이 비중을 지녔다. 따라서 이번 조처는 학력 차별 철폐라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몇몇 공기업이 응시원서에서 학력란을 없앴는데, 이번 조처로 다른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동참하면 그 폭이 커질 것이다.
극소수 상위권 출신 대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학력 차별을 받고 있다. 간판이 번지르르하지 않으면 아예 응시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벌 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평가받고, 개개인의 능력과 실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의 미래가 밝을 수 있겠는가. 학벌과 학력이 자율성, 형평성뿐 아니라 효율성마저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채용에서 학력과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고용평등법상 차별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폐지 권고를 한 것도 이런 연유다.
학벌주의라는 견고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학력란 폐지만으로는 미흡하다. 더 근본적으로 한시적 인재할당제나 인재목표제를 실시하고,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며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대체하는 등의 대책이 요구된다. 학력란 폐지가 민간 기업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학력에 따른 편견 없이 실력과 능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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