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7 17:57
수정 : 2005.01.17 17:57
“여학생 고통 덜어줘야”“툭하면 결석 빌미줄뿐”
직장 여성이 한 달에 한 번 생리휴가를 얻듯, 초·중·고 여학생이 학교에서 생리 휴일을 받는 것은 차별적이고 부당한 일일까? 지난 12일 교육인적자원부 남녀평등교육심의회가, 초·중·고 여학생이 생리통으로 등교하지 못해도 출석을 인정해 주는 ‘생리 공결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자 인터넷 토론장은 이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찬성론이 2∼8% 우세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실시한 누리꾼(네티즌) 즉석투표 결과를 보면, 이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쪽보다 약간 많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한겨레가 교육부 발표 직후부터 지난 17일 오후까지 실시한 즉석투표에서 총 1천300여명의 투표 참여자 가운데 52.8%가 찬성 의사를 밝혔고, 반대는 이보다 조금 낮은 43.9%였다. 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투표에서는 총7천386명의 누리꾼 가운데 54%가 찬성쪽에 손을 들었고, 이보다 약간 낮은 46%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파란닷컴에서는 찬성 49%, 반대 47%로 엇비슷한 결과를 보이며 팽팽히 맞섰다.
‘생리 공결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생리통에 대해 남성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생리통은 여성만의 신체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여학생들의 생리통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당연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미’라는 누리꾼은 “생리통을 모르시는 분들은 ‘그런 것 가지고 왜 학교를 쉬냐’고 하는데, 한번 (생리통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아랫배에 압정 100개를 꽂아 보라”면서 “정말 생리통 때문에 학교에서 기절해 실려나가는 아이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이는 “생리통이 너무 심하면 우울증까지 겹쳐 죽고싶은 생각까지 든다, 여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이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찬성 의사를 밝힌 이들 가운데에는 의외로 남성들도 많았다. 자신을 남자라고 밝힌 ‘재즈워크’는 “여자들이 그날 만큼은 힘들어 한다는 걸 잘 안다”며 생리 공결제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고, “남녀공학의 중2 남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저희반 여자애들 생리할 때 매우 힘들어 합니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안쓰러울 뿐입니다”라며 찬성 진영에 표를 더했다.
반면, 반대론을 편 이들은 이 제도가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며,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논리를 폈다. ‘에이퀴어’라는 이는 “툭하면 생리통이라는 이유로 결석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공결 처리보다는 제한적으로 (결석을) 인정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작신’이란 이도 “악용될 소지가 많은 법안”이라고 지적한 뒤 “생리통을 심하게 앓는 여학생을 위해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지 법으로 공결처리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시험때 공결처리 의문도
‘백상희’란 이는 “이 제도는 배려가 아니라 학업에 지장을 주고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을녀’란 이는 “(시험기간에 공결 처리를 인정하면) 직전 시험 성적의 100%를 보장받게 되는데, 그럼 누가 힘들게 공부해서 시험 보겠는가”라며 “남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대론을 폈다. 또다른 누리꾼은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나라들에서 생리 공결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이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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