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7 19:28
수정 : 2005.01.17 19:28
산림청은 지난해 12월27일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 중에 채석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인근 300m 이내의 가옥이나 공장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는 조항을 300m 이내의 가옥이나 공장의 3분의 2의 동의만 받으면 허가가 가능하도록 완화하는 내용이 있다.
이는 일반 국민에 알려지지도, 언론에서 관심있게 보도하거나 인터넷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입법예고 시한인 1월20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겉보기에는 채석허가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나 토사채취도 이 조항을 준용하므로 실제로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이 조항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개정내용에 묻혀 별다른 논의도 없이 법률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조항에 우리 산림을 파괴하고 환경을 망칠 독소가 감추어져 있다. 300m 이내 가옥과 공장의 동의를 허가요건으로 규정한 현행 조항은 토사채취나 채석으로 직접적, 간접적 영향을 받는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허가과정에서 자동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취지이다. 이것이 3분의 2의 동의만 받도록 바뀌면 일견 그 기준을 3분의 2 정도로 완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여기에 숫자의 속임수가 있다.
300m 이내에 있어도 거리에 따라 받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 훼손되는 산 바로 옆에 사는 사람과 300m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이 받는 영향이 같을 수가 없다. 거리가 멀수록 영향이 줄어든다.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관심이 적게 된다.
토사채취나 채석을 하려는 시행업자는 자연히 가장 먼 거리에 사는 사람부터 접근한다.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별 관심이 없다보니 별 생각없이 동의한다. 3분의 2만 채우면 되므로 훼손될 산지 가까이에 거주하는 나머지 3분의 1은 무시된다. 결국은 산지훼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크게 받고 훼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허가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경중이 뒤집혔다. 합리를 가장한 국토관리의 포기다. ‘영향을 받는 인근 주민의 의견 반영’이라는 입법취지는 유명무실해진다. 모양만 있고 실질은 없게 된다. 현재도 전국 방방곡곡에 마구 파헤쳐진 산림의 황폐한 모습에 뜻있는 사람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그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업자들의 편의를 도모하자면 차라리 300m를 200m로 줄이는 것이 떳떳하다. 명분은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풀어주자니 이런 편법이 나오게 되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산지관리법상 산림을 훼손하는 절차는 세 가지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토사채취와 채석 이외의 나머지 하나가 산지전용이다. 허가절차가 좀 더 까다롭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술적으로 좀 더 복잡하고 제출서류가 많을 뿐이다. 군청 근처의 측량사무소에 가면 정해진 틀과 서식에 따라 척척 작성해 준다. 조금 다른 것은 경관을 크게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과 경사도가 25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지전용이나 토사채취나 실제 작업상에서 대부분의 경우 차이가 없다. 산을 깎아내고 훼손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산지 전용시에도 채석이나 토사채취와 마찬가지로 일정거리 이내의 주민의 동의를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자연자원인 산림을 잘 가꾸고 아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멀지 않아 황폐한 자연에 억눌리면서 후회하여도 때는 늦을 것이다.
신인숙/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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