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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8 19:24 수정 : 2005.01.18 19:24

지난해 한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환경다큐멘터리를 방영하었다. 이를 계기로 관련 상품인 공기청정기는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판매기록을 수립했고, 친환경 건축마감재 또한 급격한 신장세를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음이온 식물로 알려진 ‘산세비에리아’가 새집증후군에 특효라는 방송이 나오자, 국내 꽃시장에서 이 식물은 바닥이 났고, 동남아산 산세비에리아를 수입해오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산세비에리아는 지난해 화훼업계의 최고 히트상품은 물론이고 아파트지역 주민들의 ‘웰빙’상품이 되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처럼 건강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새집 증후군을 제거할 목적으로 산세비에리아를 사들이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동안 텔레비전 방송과 관련업체가 산세비에리아를 새집 증후군 상품으로 내세우는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는 음(-)이온이다. 즉, 산세비에리아가 다른 식물보다 음이온을 더 많이 내기 때문에 공기 정화에 최고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새로 지은 아파트나 건축물에서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오염원은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공기 중의 먼지나 곰팡이 등과 같은 미세물질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다른 하나는 아파트의 건축자재, 마감재 및 일상생활 용품에서 나오는 유해성 기체물질이다.

그런데 오래된 건축물이 아닌 새 아파트의 경우라면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주 오염원은 십중팔구가 전자인 먼지 등의 미세물질보다 후자에 속하는 기체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새 아파트에서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주범은 건축자재와 마감재로부터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과 기타 유해 화학물질인 것이다.

따라서 산세비에리아의 구입 여부는 이 식물이 내는 음이온으로 새집 증후군의 대표적인 오염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기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온의 존재가 알려진 뒤 수세기가 지난 1930년대에 겨우 그 신비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음이온이다. 그러나 음이온의 신비는 우세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음이온은 발생원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사람의 정신적 및 육체적인 건강증진에 생리학적으로 이로운 물질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공기 중의 양(+)이온을 중화하며 또 몇 가지의 미세먼지와 결합 후 침전을 통해서 공기를 부분적으로 정화해주는 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새 아파트에서 새집 증후군의 주 오염원인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기타 유해성 기체물질은 음이온으로 제거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보고요, 종합적인 결론인 것이다.

물론 산세비에리아는 음이온이 아니더라도 미항공우주국 연구팀의 보고처럼 잎과 뿌리 부근 흙 속의 미생물을 통해서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미환경청(EPA)연구팀의 충고처럼 오염물질이 반복적이고 계속적으로 방출되는 실내 조건이라면, 수십에서 수백개에 이르는 관련식물의 화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므로 관련업체의 광고처럼 한두 개의 산세비에리아 화분으로 새집 증후군을 끝장내겠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설익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새해에는 산세비에리아를 포함한 시중의 각종 음이온 제품들이, 마치 음이온 발생을 통해 새집 증후군의 주범인 포름알데히드 등과 기타 유해성 화학물질을 제거하고, 또 이를 통해서 새집 증후군을 말끔히 잡아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즉각 시정되고 중지되어야 할 것이다.

김동암/서울대 명예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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