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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5 18:29 수정 : 2005.01.25 18:29

본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근무할 당시 과연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했는지 자문하곤 했다. 일반적으로 오이시디 회원국이 되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선진국으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대한 지원 액수 등을 보면 우리의 선진국 진입 여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번 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를 계기로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의 정부개발원조(ODA) 규모가 우리의 국력에 맞게 책정되어 있는가? 얼마 전 〈보스턴 글로브〉는 이번 참사에 스웨덴이 1인당 8.4달러를 지원해 1위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1인당 12센트를 지원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의 국력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오이시디 회원국들의 총 정부개발원조 자금은 약 684억달러(2003년)이며, 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2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0.06%)를 살펴보면, 유엔이 권고하는 0.7% 수준과 우리의 경제규모(세계 12위권)를 고려할 때 만족할 만한 액수는 아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걸맞은 역할 수행뿐만 아니라 우리가 예전 어려운 시기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듯이 이제는 우리가 국제사회에 그 빚을 다시 갚는다는 측면에서도 우리의 정부개발원조 규모를 경제력에 맞게끔 증액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개발 엔지오는 기대되는 구실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개발 엔지오 역사는 1950년대 한국전쟁을 통해 수십만의 전쟁고아가 길거리를 헤맬 때 외국의 130여개 개발 엔지오들이 우리를 도와주면서 시작되었는데, 90년대에 들어와 우리의 유엔 가입을 기점으로 우리의 개발엔지오들이 개도국에 도움을 주면서 새로운 장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개발 엔지오 역사가 짧기 때문에 선진 엔지오와 비교할 때 경험이나 재정적인 측면, 회원수 및 역할 면에서 열세다. 선진국의 개발 엔지오들은 직접 못사는 지역에 뛰어들어 사업을 수행하기도 하고, 개도국의 빈곤, 여성개발, 환경문제 등 범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자국민들에게 심각성을 교육시키기도 한다. 또한 필요할 때 정부, 의회 및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와의 정책 대화도 강화하면서 이슈를 주류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개발 엔지오의 협의체인 한국해외원조단체 협의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초기단계여서 앞으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우리나라 개발 엔지오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 정부와 엔지오 간의 유대 강화 및 정보 교환, 공동사업 전개 등이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셋째, 저개발 국가의 빈곤 등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적정한가? 일반적으로 다른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고 지적되곤 한다. 물론 우리도 아직까지 주위에 못사는 이웃들이 많이 있으며, 특히 가까이에는 다른 나라보다 더욱 힘들게 살아가는 북한 주민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어려움에 관심을 둘 만한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 어려울 때 도와 줄 여유가 있는 국민만이 진정한 일류 국민이라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이웃을 돕는 캠페인의 수혜폭이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못사는 이웃 나라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남아시아 특별 정상회의에서 우리 총리가 이번 참사에 5천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런 액수는 우리 정부가 단일 참사에 대해 약속한 액수로는 가장 크며, 이는 우리의 위상을 더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원 액수보다 이런 참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그들과 진정으로 나누는 사랑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일과성 도움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줄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현식/ 한국국제협력단 협력정책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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