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6 18:11
수정 : 2016.08.26 22:19
롯데그룹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26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2인자’였다. 40년 넘게 롯데그룹에 몸담으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아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특히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그가 맡았던 정책본부는 롯데그룹의 90여개 계열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그는 이런 위상 덕분에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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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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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롯데건설의 5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6천억원대 탈세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다음주엔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본격적으로 소환할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신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회사를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영원히 입을 다물면 수사의 칼날이 신 회장에게 뻗어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날 남긴 자필 유서에서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라고 적었다. 목숨을 끊기 전에 작성한 유서에서 피의자 신분이 된 자신의 처지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신 오너와 회사의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자살로 검찰의 입장이 더욱 곤혹스럽게 됐다. 검찰은 지난 6월10일 200여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신 회장의 자택과 주요 계열사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요란하게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석달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지난해 8개월 동안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고도 비리의 핵심을 찾아내지 못한 포스코그룹 수사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끝내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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