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02 17:42
수정 : 2016.09.02 18:15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개인 재산 3000억원을 기부해 기초 생명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했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기초 생명과학 분야의 신진 과학자들을 매년 3~5명 선발해 연구과제 1개당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출발은 일단 3000억원으로 시작하되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재단을 만들기 위해 기부 규모를 1조원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 회장은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과학의 발전은 미래를 향한 희망이다. 과학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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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경배 과학재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설립 취지와 운영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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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과학재단은 다른 대기업들이 설립한 기존의 공익재단과 몇가지 차별점이 있다. 먼저 설립 자금으로 회삿돈이 아니라 개인 재산을 내놨다는 점이다. 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 등을 매각해 3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 회장은 “성공은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어렵다. 제가 20여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현재 가치를 갖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다. 그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9조원으로, 그는 국내 주식 부자 2위이다.
또 서경배 과학재단은 기업 활동과 무관한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공익재단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자사 제품과 관련이 없는 순수과학 분야에 거액을 기부해 의미가 더 있다는 얘기다. 사실 기초과학 분야는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워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별다른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 때부터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서성환 회장 역시 자신이 보유한 주식으로 ‘태평양 장학문화재단’ ‘태평양학원’ ‘태평양복지재단’ 등을 설립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했다.
서 회장은 재단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을 쓴 이유에 대해 “이름을 거는 것보다 더 확실한 약속은 없다. 재단이 잘못되면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을 없애기 위해 이름을 걸었다”고 밝혔다. 강한 책임감을 표명한 것이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재단을 만들기를 바란다. 또 서 회장의 이런 기업가정신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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