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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6 17:42 수정 : 2016.09.26 18:07

정권 말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비판 여론을 무시한 채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앉히려 하고 있다. 그는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가 바로 금융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의 금융기관 인사를 막후에서 주무른다고 해서 ‘금융권 우병우 수석’ ‘청와대 핫라인’으로 불린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엔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한국증권금융 감사로 내리꽂았다. 연봉만 2억7000만원대이다. 그는 2004년부터 메시지 담당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해온 측근으로, 금융 경력은 전무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한국거래소노조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찬우 이사장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기업은행 등 10개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 임기가 만료된다. 이 자리들 역시 박 대통령의 마지막 ‘보은 인사’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또 윤종규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케이비(KB)금융지주에서 행장직이 분리되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꿰찰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전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유독 심하다. 전국금융산업노조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가 무려 204명에 이른다. ‘낙하산 철폐’를 내세웠던 대선 공약이 무색하다.

낙하산 인사가 한국 경제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는 대우조선 사태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기업을 부실 덩어리로 만들고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을 축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임명을 강행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그중 한 명이다. 대우조선을 망친 것도 모자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까지 날리고 나라 망신을 시켰다.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는 한 이런 폐단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제2, 제3의 대우조선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젠 낙하산 인사를 멈춰야 한다. 염치가 있다면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이사장 후보를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 또 청와대와 정부는 손을 떼고, 한국거래소가 처음부터 다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 적임자를 새 이사장에 선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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