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0 18:15
수정 : 2016.10.10 21:35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내세워온 ‘품질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에서 주력 차종인 쏘나타의 엔진 결함으로 소비자들에게 거액의 보상을 하게 됐고, 국내에선 싼타페의 에어백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한 조처를 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됐다.
|
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모습. 연합뉴스
|
현대차는 2011~2014년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쏘나타 가운데 ‘세타Ⅱ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소유자들에게 수리비 전액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해당 차량 소유자들은 엔진에서 소음이 심하게 나고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하는데도 현대차가 결함을 숨긴 채 차를 팔았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차량 소유자가 88만5천명인데, 현대차는 보상에 수백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데, 현대차는 국내에선 불량률이 낮아 리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국내 차량 소유자들은 차별 대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싼타페 에어백 결함은 이례적으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이원희 현대차 사장을 5일 고발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6월 생산한 싼타페의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에게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리콜에 나서기보다는 해명과 자체 시정조처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국토부의 고발은 현대차의 이런 행태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9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각각 32.3%와 29.8%,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62.1%였다. 1999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고 2000년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이후 가장 낮다. 2013년까지는 시장점유율이 70% 선을 유지했다.
테슬라의 전기차와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보여주듯 세계 자동차산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인데, 현대차는 2014년 한전 터 매입에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소진했다. 파업이 연례행사로 자리잡은 후진적 노사관계도 경쟁력 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의 역주행이 큰 위기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