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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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입된 지 27년 된 원자력 발전은 전력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며 주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2015년까지 원전 10기를 더 만들고 발전량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방폐장) 터 선정과 신규 원전 건설 등 원자력 쟁점을 둘러싸고 사회적 의견 수렴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방폐장 터 선정은 정부가 18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실장과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25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이런 갈등을 해소할 돌파구는 없는지 의견을 나눴다. 조홍섭 환경전문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황주호 “상대적 위험성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 우선”
박진섭 “폐기물 처리장 터 선정보다 확고한 원전정책 수립을” “이런 주제는 밤을 새워 토론해야 모자라죠.” 황 교수가 이렇게 말문을 텄다. 방폐장 선정에 대한 논란은 원자력의 위상, 지속가능한 전력 시스템에 대한 판단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회=지난 18년 동안 방폐장 터 선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왔습니다. 부안사태를 겪고도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죠. 원자력위원회는 253차 회의에서 중저준위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분리처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라고 평가한 반면 환경단체는 “조삼모사”라고 반발하고 있죠. 황주호 교수=이번 정부 방침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폐기물의 안정성 차이는 큰데 논란이 합쳐서 일어나는 걸 분리할 수 있죠. 둘째는 더 많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박진섭 실장=우선 원자력위원회가 핵폐기물처분 문제를 논의해서 결정하는 위상에 맡는 기구인지 묻고 싶습니다. 위원장을 맡은 국무총리가 바뀌면 얼마든지 정책이 바뀔 수 있죠. 두 번째 문제점은 중저준위냐 고준위냐를 떠나 핵폐기물 처분과 원전정책을 사회적 공론화로 풀기로 한 합의를 총리가 번복한 겁니다. 신뢰를 깬 거죠. 또 중저준위폐기물과, 고준위폐기물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어느 접근이 좋은 건진 논의된 바 없어요. 이런 상태에서 나온 정부의 결정은 지역이나 환경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죠.
사회=정부는 비교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저준위폐기물은 당장 포화시점이 2008년으로 다가와 있으니 먼저 처분장을 짓고, 위험도 크고 처분방법도 확실치 않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공론화하자는 건데요. 합리성이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황/ 중저준위 폐기물 방사능양
사용 후 핵원료의 100만분의 1
박/ 중저준위 보관 포화시점 운운
기술개발로 충분히 연장가능 박=중저준위폐기물이 2008년 넘쳐나기 전에 빨리 처분장을 지어야 한다는 게 핵심 논리입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건 부수적인 이야기죠. 그런데 일반쓰레기도 묻을 것이냐, 태울 것이냐, 재활용할 거냐 정책을 먼저 정합니다. 핵폐기물도 처분장 선정보다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하는 거죠. 또 정부의 포화설을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까지 정부는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이 반대로 막혔을 때 유리고형화기술, 압축기술 등이 개발됐다며 포화시점이 몇년 연장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원자력백서에도 나온 이런 기술을 적용해 저희가 계산해 보니 2026년까지는 시간이 있다는 답이 나왔어요. 만약 이런 기술을 이용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정부가 잘못을 인정해야죠. 마지막으로 중저준위폐기물이 고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거지 우리가 가지고 놀 만큼 안전하다는 건 아닙니다. 둘 다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어요. 황=말씀하신대로 중저준위폐기물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략 비율로 따졌을 때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 양이 100만이라면 중저준위폐기물은 1입니다. 중저준위폐기물은 국제적으로도 간편한 방법으로 처분하죠. 대략 300년 지나면 천연물질과 상태가 거의 비슷해집니다. 사용후핵연료는 10만년은 지나야 천연상태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굉장히 깊은 땅을 찾아 처분해야 하죠. 그리고 포화설에 대한 이야기는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처음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운영했을 때는 보통 중저준위폐기물이 한호기당 1년에 1000드럼 나옵니다. 이게 500드럼을 지나 지금은 150드럼까지 줄었죠. 이 안엔 이미 초고압 압축한 드럼이 상당수 들어있습니다. 작업복, 장갑, 고무신은 태울 수도 있고 유리화도 가능하죠. 그러나 폐필터나 이용교환수지엔 유리화기술을 이용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지금 유리화기술의 수준은 겨우 실증시설을 짓고자 하는 단계입니다. 세계적으로 중저준위폐기물을 유리화한 나라는 없어요. 사회=중저준위폐기물 안에 이제까지 알려진 장갑이니, 옷 이런 종류 이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게 더 포함되는 겁니까? 황=발전소 물을 정수한 이온교환수지도 있습니다. 방사능은 꽤 높지만 사라지는 데 걸리는 기간이 짧습니다. 방사능이 높다고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거든요. 가령 병원에서 치료할 때 쓰는 옥소130은 환자한테 많은 양을 주사하지만 금방 사라지죠. 쇠로 만든 원자로도 방사성을 띠지만 같은 이유로 위험이 덜합니다. 이런 것들은 다 중저준위로 분류하지만 유리화는 안 되죠. 박 실장은 정부가 내놓은 중저준위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분리추진 방안을 거세게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환경단체, 정부가 협상을 벌여 겨우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려던 순간 이 방안이 나와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분리추진이 논의의 효율을 높여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방식이라고 옹호했다. 위험 정도가 크게 차이 나니 접근도 따로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이었다. 박=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1995년 원자력백서에선 압축기술로 포화시점을 13~15년 미룰 수 있다고 했고, 97년엔 유리고형화기술로 10분의 1로 압축이 가능하다고 밝혔어요. 2002년 원자력백서에선 2020년까지는 포화를 미룰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2008년이 맞을 수도 있겠죠. 문제는 정부의 태도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계속 거짓말한다는 거죠. 영광에 5, 6호기를 지을 땐 임시저장고 터를 마련했는데 2008년에 포화된다는 울진발전소에는 임시 터를 두지 않았어요. 더 이상 임시저장고는 짓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었죠.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를 때는 임시저장고 터를 확보하고 추진하는 게 마땅했던 겁니다. 사회=울진에 임시저장고를 지으면 10년~20년 정도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황=중저준위폐기물은 처분을 최종적인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임시저장용은 내구성이 그렇게 강한 용기에 저장하지 않아요. 고리엔 1978년부터 수십년 된 폐기물이 있는데 이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죠. 또 임시저장고를 만들려면 지자체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도저히 2008년에 맞출 수가 없다는 겁니다. 사회=그렇다면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임시저장고를 만들자’는 식의 타협을 끌어낼 수는 없을까요? 박=지역 주민들은 핵발전소를 아예 서울로 가져가라는 주장까지 합니다. 전기는 도시에서 주로 쓰는데 수십년 동안 지역 주민이 피해를 본 걸 생각하면 이런 주장도 이해가 되죠. 임시저장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정부의 궁색한 변명입니다. 원자력발전소 터는 안전성이 높은데도 정부는 거기에 임시저장고를 지으려는 의지가 없는 거예요. 현재 30개 나라에 70개 정도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이 있습니다만 최근 들어 지어진 건 거의 없어요. 지금은 대체로 원전이 있는 곳에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하고 있죠. 먼저 핵폐기물 처리정책을 정하고 거기에 따라서 폐기장을 정하는 게 추세입니다. 황=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 못 짓는 대만도 그만둔 게 아니라 계속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회=외국에서도 중저준위와 사용후핵연료를 분리해서 추진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황=합쳐서 추진한 예가 드물어요.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확보 사업은 수십년 걸리니까 이에 앞서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하는 게 쉽죠. 박=폐기물 처분 정책을 먼저 세우고 그 다음에 고준위, 중저준위 순서로 처분장 터 선정을 처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입니다. 도대체 정책이 뭐냐고 묻고 싶어요. 독일은 원전을 포기하기로 사민당과 녹색당이 입장을 먼저 정리했습니다. 그 다음에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할 수 있는 거죠. 정부는 논의의 순서와 진행을 잡아줘야 합니다. 사회=사회적인 합의, 공론화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제까지 이견이 없었는데요. 그 사회적 합의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종류의 합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황=국민적 합의로 원자력을 유지하기로 했다면 그 뒤 기술적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 입안자나 기술자가 제시하고 이를 확보하는 방식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저준위와 사용후핵원료 처분을 같이 할지 여부는 기술·경제적인 문제이지만 처분장 터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큰 산업사회를 이끌어가는 단계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공론화하는 건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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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사회공론화 절차 요식행위그쳐 부안 사태 뒤에도 마찬가지”
황주호 “공청회조차 환경단체 거부 신뢰 없으면 한발짝도 못나가죠” 사회=독일의 ‘폐기물 영구처분장 터 선정을 위한 위원회’(아켄트) 보고서를 보면 과학자가 장소를 정하고 시추를 할 때도 주민투표를 하고 정밀조사 들어가면 또 주민투표하는 등 주민들이 거의 자발적으로 처분장을 받아들일 때까지 굉장히 절차를 길게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주민들의 의사보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존하는 느낌인데요. 황=독일은 법으로 일정을 정하지 않아 무한정 갈 수가 있죠. 그런데 미국은 1982년에 방사성폐기물정책법을 만들어 일정과 공청회 등 자세한 절차를 정했습니다. 그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 자체가 공론화였죠. 우리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공론화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저준위부터 법으로 일정과 방식을 정해 서두르지 않고 갈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박=여러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것을 결정을 하는 게 공론화일 겁니다. 핵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가장 많이 듣는 비판이 반민주적인 밀실행정이란 말이에요. 독일은 원전포기라는 굵직한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세부적으로 핵폐기물처분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이보다 이전 단계인 핵정책을 그대로 둘 건지 변화시킬 건지부터 공론화를 벌여야 해요. 공론화의 가장 좋은 형태는 주민투표나 국민투표겠죠. 정부에서 방폐물유치지역지원특별법 등을 만들었지만 공론화 과정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냥 산자부가 만들고 입법고시해서 나온 거죠. 황=공론화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가 아니라 최적화하는 게 관건일 겁니다. 독일은 환경단체 요구대로 큰 정책을 정했어요. 그러면 그보다 작은 정책인 폐기물처분장 문제는 조금 쉬워져야 하는데 벌써 수십년째 공론화 과정입니다. 사회=아켄트 최종보고서를 보면 사용후핵원료 처분문제를 30년 기한을 두고 주민투표 등을 통해 못 정하면 의회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강제수단이 있긴 있는 거죠. 황=미국은 10년 동안 터 조사하고 각종 공청회 거친 뒤 환경청과 원자력규제위원회 검토의견을 반영했죠. 이어 대통령의 승인을 받고 국회에서 다시 승인받도록 했어요. 현재 의회 승인은 끝났는데 폐기장으로 선정된 네바다주가 연방법원에 항소를 냈죠. 법원의 결론은 이제까지 절차엔 무리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사회=그러면 환경단체에서 제안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공론화 절차는 어떤 겁니까? 박=부안문제를 겪고 난 뒤 산자부에서 환경단체들이 참여하는 에너지정책민간포럼을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논의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30일 폐기장유치공고를 7개 지역에서 받아버렸어요. 그때 당장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자신의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대화하자 그러면 대화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민간포럼이 깨졌다고 봐요. 그 뒤 열린우리당에서도 중재한 사회적 합의를 국무총리가 중저준위 분리방침을 확정하면서 파기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안되면 그 책임을 환경단체나 주민에게 돌리는 거죠. 사회적 합의를 하려면 서로 신뢰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사회=교착상태가 1년 이상 가는 것 같은데요. 돌파구가 없을까요? 황/ 원전 당장 문닫으면 서민 타격
원자력 고열 이용 수소에너지 관심
박/ 신재생에너지로 원자력 대체를
열병합발전, 원자력보다 휠씬 효율 박=이 상태로 가면 한쪽이 백기 드는 길밖에 없습니다. 사실 저희가 외국 반핵단체보다는 부드러운 편입니다. 외국에선 즉각 멈추라고 해요. 우리는 원전을 폐쇄할 때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넓혀가자는 거죠. 신고리 1, 2호기 신축도 포함해서 논의하자고 열린 자세로 접근했습니다. 황=정부나 환경단체가 서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담당자는 신고리 1, 2호기 관련한 공청회를 무려 6번을 하려고 했는데 할 수 없었답니다. 이야기하려고 하면 다 뒤집어 엎어서 말을 못했대요. 공청회는 공론화의 가장 하부적인 작업일 텐데 이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어려울 거예요. 거시적으로 핵정책부터 정하고 그 다음에 폐기물 정책을 정해야한다는 건 옳은 말씀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발짝도 나가지 못할 겁니다. 박=무산시킨 건 반대 쪽 이야기를 수용해줘야 하는 공청회가 요식행위가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이야기하면 그걸로 끝나버려요. 황 교수가 공청회를 무산시킨 환경단체의 태도를 비판하자 박 실장은 공청회를 요식절차로 만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황 교수가 “그래도 환경단체 반대로 새만금 개발은 중단상태 아니냐”고 반론하자 박 실장은 “그럼 새만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라며 맞수를 뒀다. 다행히 박 실장의 말에 서로 웃고 끝내 논쟁이 새만금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사회=일본은 전력 문제에서 우리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은데 어떻게 폐기장 문제를 풀어갔나요? 황=1950년대 원자력발전을 시작할 때부터 폐기물처리방식을 재처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재처리공장 완공하기 전까지는 사용후핵연료 잉여분을 영국과 프랑스에서 재처리했고 여기서 나온 고준위폐기물과 플루토늄을 가져왔죠. 일본 재처리공장은 올해 운영을 시작했는데 아직도 모자라 제2의 재처리공장 건설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은 2002년 법을 만들어 2030년에 처분을 시작할 수 있도록 후보지 공모를 시작했어요. 특이하게 공모기한은 두지 않았습니다. 박=일본 로카쇼무라 중저준위폐기장을 상당히 멋있게 포장해 광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지금 주민 소송에 휘말려 있습니다. 고준위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두고 있는데 주민들 말로는 이런 이야기는 처음에 없었다는 거예요. 이처럼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이 못 믿는 건 중저준위폐기장 추진한다고 했다가 정책을 바꿔 고준위도 들어올 수 있다는 거죠. 황=그건 처음부터 계획돼 있던 겁니다. 해외 재처리하면 반드시 고준위폐기물을 국내로 반입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중저준위폐기장은 땅 속으로 100m도 안 들어가도 되고 지표면에도 만들 수 있지만 고준위폐기물 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위도 주민들이 거기도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던데 안전기준으로 볼 때 그럴 확률은 100만분의 1도 안 됩니다. 박=정부는 부지 선정할 때 주민 수용성을 우선으로 삼습니다. 안전성이 최우선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황=사용후핵원료 처분장이 되려면 활성단층이 8㎞ 이상 떨어져 있어야 돼요. 하지만 중저준위는 그런 걸 고려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일차적으로 부지 선정하는 것은 확정이 아닙니다. 법에 따라 선정 뒤에 상세 조사해 과기부에 보고하고 안전심의를 통과해야 확정인 거죠. 위도도 선정해서 상세조사를 들어가려던 것이었어요. 국민들은 산자부에서 부지 선정하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과기부가 훨씬 까다로워요. 우리나라 핵폐기물 안전 기준도 얼개나 방향에서 국제수준을 만족하고 있어요. 박=그런데 위도는 확정도 되지 않은 상태인 선정 과정에서 산자부, 행자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들이 다 내려가 얼마 지원하겠다 그런 말 해버렸어요. 절차는 남아 있더라도 사실상 결정 나 버린 거죠. 주민이 수용하느냐 안 하느냐만 남겨져 있다는 겁니다. 사회=정부는 최근 원전사업기획단 안에 신재생에너지과를 신설하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같이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규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전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황=최근 강대국들의 원유 등 에너지원 확보 경쟁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의 원유수송라인은 말라카해협, 대만해협을 지나는데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이 전부 눈독들인 난사분도 지역입니다. 석유 매장량이 상당한 이곳을 둘러싼 갈등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죠. 이를 대비해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건 버리지 말자는 겁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기술개발을 하지 않고 가시적인 결과만 보려하면 우리는 외국 장비를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하게 됩니다. 제주 행원 풍력단지의 가동률이 25%입니다. 투자 대비 경제성이 굉장히 낮죠. 원자력이 방사능 문제 때문에 국민들의 큰 환영을 받지는 못하지만 쉽게 배척해 버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원전을 당장 문 닫고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타격을 받아요. 또 선진국은 수소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도 수소자동차 개발을 하고 있고요. 지금 가장 경제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원자력 고열을 이용하는 겁니다. 사회=그런데 신재생에너지에도 원자력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원자력에 비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적은데요. 황=아닙니다. 원자력연구개발엔 대략 1년에 2000억원 들어가고 있어요. 정부 계획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2011년까지 10조원를 투자하게 돼 있습니다. 박=기본적으로 공급 위주인 정부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일년마다 3~4%로 전력수요가 높아질 것이니 대비하자는 식인데 그렇게 하면 본질적으로 문제를 풀 수가 없어요. 전기를 많이 쓰는 한여름에도 설비예비율은 30% 정도로 적정예비율 15%를 훨씬 웃돌아요. 시민들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도록 강조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교토의정서 부속서를 보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신 원자력발전은 비율은 높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틀린 말입니다. 덴마크는 2050년까지 풍력으로 전략의 50%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요. 우리도 위험한 원자력을 점차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높여간다는 원칙을 세워야 투자나 시장을 넓힐 수 있습니다. 황=정부에선 2010년대 중반 전력예비율을 15%를 보고 있는데 환경단체는 20% 넘게 보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수요 관리를 하면 소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하는 거죠. 하지만 제시한 방법 가운데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고효율전동기를 쓰자고 하는데 150마력일 땐 일반전동기가 400만원, 고효율은 800만원이고, 400마력은 1500만원과 4000만원으로 값이 크게 차이 나요. 교체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 거죠. 박=도시를 위해 지역이 희생하는 원전정책을 펴지 말고 도시 주변에 에너지 효율이 원자력발전보다 훨씬 좋은 소규모 열병합발전소를 만들면 됩니다. 고효율전동기도 초기 비용은 비싸도 효율이 높아 7~8년이면 비용이 회수가 됩니다. 또 가전기기 등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면 서유럽에서 30~50%, 미국에선 70%까지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원자력이 전력생산의 40% 차지하는데 한 에너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젭니다. 황=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2004년~2017년 열병합발전소 건설 계획을 수두룩하게 세워두고 있더군요. 그리고 전원 분산이 민주적이란 데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지금 울진에서 만든 전력이 서울로 가고 있지만 그 지역이 점차 발전하면 그 전원을 지역에서 쓰게 될 겁니다. 사회=그 동안 방폐장을 둘러싼 논란에서 당사자들이 느낀 건 신뢰의 필요성일 겁니다. 교토의정서 발효 등 달라진 변수 속에서 방폐장 문제를 옛 방식대로 해결하려다간 풀지 못하죠. 최근 발표한 분리안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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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중저준위 폐기물?
원자력발전의 핵원료는 핵분열 할 수 있는 우라늄235를 3% 정도 가지고 있다. 발전 뒤 남은 사용후핵연료에도 약간의 우라늄235와 플루토늄, 핵분열생성물이 포함돼 있다. 이를 재처리해 유용한 물질을 다시 쓰거나 고준위폐기물로 분류해 영구처분한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 농도에 따라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분류한다. 분류 기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는 알파선 방출핵종의 농도가 4000Bq(베크렐)/g 이상이고, 열발생률 2㎾/㎥ 이상을 고준위폐기물로, 그 이하를 중·저준위폐기물로 구분하고 있다. 중·저준위폐기물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작업복, 장갑, 덧신, 각종 폐부품 등이 주류를 이룬다. 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산업체, 병원,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도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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