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5 18:04
수정 : 2018.12.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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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국장이 굴뚝 농성을 한 지 409일 된 25일 오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농성장 앞에서 의료진과 성직자,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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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국장이 굴뚝 농성을 한 지 409일 된 25일 오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농성장 앞에서 의료진과 성직자,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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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국장의 굴뚝 농성이 크리스마스인 25일로 409일이 됐다. 굴뚝 밑에서 농성을 뒷바라지해온 차광호 전 스타케미칼 지회장의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인 408일(2014~15년)마저 넘어선 것이다. ‘408일만은 넘게 해선 안 된다’며 청와대 앞부터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농성장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지지 단식을 이어온 이들의 염원과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허리를 펴고 누울 수조차 없는 75m 높이 굴뚝 위는 말 그대로 ‘하늘 감옥’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그 긴 시간 동안 두 사람을 그곳에 방치한 것은 가혹한 인권범죄다.
굴뚝 위와 아래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5명의 노동자는 길게는 20년 이상 줄곧 같은 사업장과 노동조합에 몸담아온 동료들이다. 그사이 이들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폐업 등으로 하루아침에 일터가 사라지는 일을 세차례나 겪었다고 한다.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그중 두차례의 원청 사용자이며, 차 전 지회장의 농성을 포함해 800일이 넘는 초장기 고공농성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대표는 파산한 경북 구미의 한국합섬을 사들여 스타케미칼을 설립했다가 2년여 만에 일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했으며, 그 뒤 자산을 처분해 적지 않은 이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차 전 지회장의 408일 굴뚝 농성 끝에 고용승계 등에 합의해놓고도 이런저런 꼼수를 부려 사실상 합의를 파기했다. 충남 아산에 유령회사나 다름없는 파인텍을 설립해 이들을 몰아넣은 뒤, 단체협약 체결도 거부한 채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5명의 노동자만 남고 다들 일터를 떠났으며, 남은 이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끝내 공장마저 폐쇄했다.
2015년 합의가 사회의 큰 관심과 지원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이런 행위는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것과 같다. 지금 5명의 노동자가 김 대표에게 요구하는 것도 바로 ‘합의 이행’이다. 연매출 870억원인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불과 5명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으려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지난 409일 동안 마주 앉아 협상 한번 하지 않았고, 농성장 근처에도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다고 한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백안시하는 ‘노조 혐오’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의 사회적 합의마저 저버린 이에게 자율적인 해결을 기대하는 건 사태를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홍기탁과 박준호, 두 노동자의 건강 상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성격은 단순하다. 합의를 이행하도록 하면 된다. 노동 존중 사회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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