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4 19:04
수정 : 2019.01.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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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유공자 3단체와 유가족 등이 14일 자유한국당의 5·18진상조사위 위원 추천과 관련해 나경원 원내대표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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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유공자 3단체와 유가족 등이 14일 자유한국당의 5·18진상조사위 위원 추천과 관련해 나경원 원내대표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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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5·18 진상규명조사위원 3명을 14일 추천했다. 보수·극우 성향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헐뜯어온 인사들이 포함됐다. 5·18 때 자행된 민간인 학살과 진실은폐 의혹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라는 특별법에 따라 출범하는 진상규명조사위가 오히려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자유한국당은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법 판사 등 3명을 추천하면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 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극우인사 지만원씨, 5·18 진압군이었던 변길남 전 3공수여단 대대장 등을 추천하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에 추천된 인사들 역시 진실 규명에 적합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특히 이동욱씨는 1996년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라는 제목의 <월간조선> 기사에서 계엄군 중화기 사용, 탱크 진압 등을 모두 ‘과장보도’로 규정하고, 당시 검찰 수사결과를 부인했다. 차기환씨는 5·18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국민을 잔혹히 죽이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시민군 영혼결혼식에 쓰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부정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앞으로 이들은 국회의장(1명)과 더불어민주당(4명), 바른미래당(1명)이 추천한 위원들과 함께, 아직도 그 진상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힐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데 진실 규명의 의지는커녕 광주민주화운동의 사실을 왜곡한 전력이 있는 인사들을 추천했으니, 도대체 자유한국당은 우리 현대사에서 5·18과 전두환 군부독재의 역사적 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특별법 입법 때 북한군 개입설 진위에 대한 검증을 주장해 관철했던 자유한국당의 추천위원 3명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경우, 앞으로 조사위 활동은 사사건건 정치 공방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5·18 유가족들은 인물이 없으면 차라리 조사위원 추천권을 포기하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난 39년 동안 깔끔하게 씻지 못한 의문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자유한국당은 진상규명조사위 활동에 딴죽 걸고 훼방을 놓아선 안 된다.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건 역사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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