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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6 18:10 수정 : 2019.01.16 19:23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체육계 폭력·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체육관광부가 16일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대해 민간 전문가가 주도하는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리 업무를 전담하는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루 전날 대한체육회가 성폭력 엄중 처벌, 인권상담센터 설치 등 전면 쇄신을 약속한 데 이은 후속 조처다. 그러나 이렇게 쏟아낸 대책들이 고질적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엔 회의적 시선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며칠 새 잇따라 나온 대책들은 대부분 과거에 내놓은 대책의 재탕, 삼탕이다. 1970~80년대 여자농구를 주름잡았던 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이 <한겨레>와 한 인터뷰를 보면, 2007년 우리은행 여자농구팀에서 감독이 선수를 성폭행하려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체육당국은 가해자 영구제명, 신고센터 설치, 선수접촉 가이드라인 제시 등 지금과 비슷한 대책들을 서둘러 내놓았다.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충격적인 사건이 공개됐는데도, 체육계에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는 점도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한다. 물론 사건이 터졌을 때 책임자 문책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을 희생양 삼아 조직은 면죄부를 받게 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관리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 회장이 체육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사퇴 압력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체육계는 이번 사태를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을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많은 국민이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대표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응원하고, 이들이 받아든 1등 성적표에서 자긍심을 느껴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엘리트 체육의 성적 지상주의가 선수들 인권은 무시되어도 괜찮은 것처럼 여겨지는 풍토를 만들고, 성적을 내는 지도자에겐 솜방망이 처벌을 정당화했다.

문체부는 이날 ‘엘리트 체육’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약속했다. 그런 재검토 약속이 이제까지 숱하게 나왔으면서도 왜 지키지 못했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문체부 한 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정부와 함께 민간 전문가, 학부모, 선수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기구를 구성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성적 지상주의에 왜곡된 스포츠 체계를 꼭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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