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30 18:22
수정 : 2019.01.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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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지난해 6월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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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지난해 6월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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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운전기사와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자행한 ‘갑질 폭행’ 혐의가 검찰 공소장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동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진 사례는 경미한 수준이라 여길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씨는 약속 시간에 늦게 되자 운전기사의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부었다. 또 빨리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이 담긴 플라스틱 컵을 운전기사 머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씨는 3m 높이 사다리에 올라 일하는 직원에겐 ‘빨리하지 않는다’며 사다리를 걷어차 떨어뜨렸다고 한다. 이 직원은 무릎 연골이 찢어졌다. 또 직원을 향해 던진 화분이 깨지지 않자 집어 오라고 한 뒤 다시 던져 깨뜨린 적도 있다. 화초의 줄 간격이 맞지 않자 “너는 초등학교도 안 나와서 줄도 못 맞추냐”고 모욕하면서 화초 포기를 뽑아 던져 직원의 눈에 흙이 들어간 일도 있다. 이씨가 직원들에게 집어 던진 물건은 철제 전자가위, 스카치테이프 커터기, 열쇠 뭉치 등 종류를 불문했다. 주변에 있는 물건은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진 셈이다. 공소장에 나온 이씨의 ‘갑질 폭행’ 사례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검찰은 지난해 말 이씨를 상습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또 딸들과 함께 밀수입을 한 혐의도 드러났다. 관세청은 이씨가 첫째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둘째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함께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을 동원해 거액의 해외 명품 등을 장기간에 걸쳐 밀수입한 혐의를 적발하고 지난해 말 세 모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양호 회장 본인은 27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다음달 1일 회의를 열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반대 등 주주권 행사 여부와 방법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와 도를 넘은 악행 때문에 기업 가치가 떨어진다면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게 옳다. 국민 노후자금의 운용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이를 “경영 간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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