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01 18:03
수정 : 2019.02.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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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월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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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월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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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1일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법을 결정했다. 먼저 3월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회사가 제안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소극적 주주권 행사’다. 조 회장 일가가 저지른 각종 불법·비리 혐의와 도를 넘는 ‘갑질 폭행’에 비춰볼 때 당연한 결정이다.
반면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경우, 대한항공에는 행사하지 않고 한진칼에 대해서만, 그것도 제한적으로 하기로 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이사 사임 요구, 신규 사외이사나 감사 후보 추천, 정관 변경을 통한 임원 자격 제한 등 새 안건을 주총에 제안하는 것인데, 이 중 정관 변경만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자본시장법의 ‘10% 룰’을 들었다. 10% 룰은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은 11.7%)가 경영 참여 방침을 신고하면 그로부터 6개월 이내 발생한 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규정이다. 국민연금의 단기적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다른 투자자와 달리 수익성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시안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단기 매매차익에 연연하지 말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궁극적으로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 10% 룰에 구애받으면 앞으로도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경우 10% 룰(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은 7.3%)을 적용받지 않아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정관에 “이사가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결원으로 본다”는 조항의 신설을 제안한다는 것인데, 통과되면 현재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는 순간 이사 자격을 잃는다. 그러나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일반 안건(발행 주식 4분의 1 이상 출석에 과반 이상 찬성)보다 의결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한진칼 지분 28.9%를 보유하고 있어 통과되기 힘들다. 결국 적극적 주주권을 처음 행사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지 못한다.
국민연금은 10% 룰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어정쩡한 결정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국민연금의 결정과 별개로, 기업 가치를 훼손한 데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스스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신망 있는 전문경영인을 임명해 경영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게 대주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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