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7 22:08
수정 : 2019.02.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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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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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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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에서 줄곧 대세론을 형성한 황교안 전 총리가 50.0%를 얻어 당대표로 선출됐다. 그가 입당 43일 만에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은 리더십 부재로 혼돈을 거듭해온 자유한국당 당원들의 뜻이지만, 민심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보수진영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온 황 대표가 보수 통합을 이뤄 내년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달라는 당원들의 열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18 망언’, ‘박근혜 배신 논란’, ‘탄핵 부정 논란’으로 얼룩진 전당대회에서 태블릿피시 조작설 등을 제기했던 그가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은, 자유한국당의 ‘우경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극렬 수구보수가 휘저은 전당대회를 통해 ‘탄핵 총리’가 당대표가 되고,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도로 탄핵당’이 됐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심과 괴리된 전당대회에서 분출한 퇴행적 언동이 당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을 경우 자유한국당은 극우 보수화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있다.
황 대표 체제가 ‘박근혜 사면론’을 제기하고, 태블릿피시 조작설 등을 통해 ‘탄핵 정당성 흠집내기’에 나선다면 정치권 전체가 다시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당대표 경선에서 31.1%를 득표한 오세훈 후보의 경고처럼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를 제시하기는커녕 국민께 큰 실망 드린 과거를 반성조차 않는다면, 총선 승리라는 요행수만 바란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황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도 멈춰야 한다. 이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를 하고,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전당대회에서 파동의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물론이고, 황 대표까지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한심한 행동이다. 새 지도부는 ‘망언’을 중단하고, 전당대회 뒤로 미룬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2년 임기 황 대표의 앞날은 보수 통합과 내년 총선 결과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선 전투가 시작됐다”며 총선에서 압승해야 이 정권의 폭정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더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 신뢰를 찾고, 청년·중도층도 당 안에 품어야 한다고 외쳤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고, ‘수구 보수당’이 아닌 합리적 보수의 길을 찾길 바란다.
당장 두달째 허송세월한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기득권만 고수하며 아무 대안도 내놓지 않은 선거제도 개혁에도 답해야 한다. 수권정당을 꿈꾼다면 반사이익에 안주 말고, 주체적으로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청년실업 해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비전을 내놔야 한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냉전 논리에 기반한 ‘퍼주기 반대’만으로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보수언론조차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서 ‘폐업이 답’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지금과 같은 퇴행적인 행태가 당의 주요 흐름이 된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없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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