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1 18:15
수정 : 2019.03.01 20:50
문재인 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 경축사에서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하는 과정에서 빨갱이란 말이 생겨났다’며 ‘좌우의 적대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정치적 공격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분단 현실의 현대사를 돌이켜보면 매우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분단과 냉전은 친일파들이 활개칠 수 있는 음습한 토양을 제공해왔다. 최근의 ‘5·18 망언’은 물론 역대 선거 때마다 되풀이돼온 색깔론은 곳곳에 뿌리박은 친일 잔재의 또다른 몰골이다. 이런 색깔론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은 친일 청산은커녕 친일파의 후예들이 정치·언론·군·학계 등 우리 사회 기득권 체제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의미를 폄훼하는 뉴라이트적 건국 사관이 판쳤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부 보수언론이 여기에 중심적 구실을 하고 있는 사실은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조선일보>의 선대 사주 방응모와 <동아일보> 김성수는 정부가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다.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2009년 11월까지 4년여 조사 끝에 확정한 1006명에 포함됐고 후손들이 소송까지 걸었으나 대법원은 이들을 친일행위자로 확정 판결했다. 그럼에도 두 언론사는 1985년 서로의 친일행적을 둘러싸고 이전투구의 논쟁을 벌였을 뿐 한번도 국민과 독자 앞에 진지하게 사죄한 적이 없다. 오히려 계기마다 한때의 ‘항일’만 부각하고 홍보할 뿐 ‘친일’의 부끄러운 역사는 여전히 감추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섣불리 ‘김성수 재평가’ 운운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선대의 ‘항일’ 공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발언에 신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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