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2 18:19
수정 : 2019.04.12 19:03
한-미 정상회담 ‘북-미 대화’ 동력 살려
제재 완화 뚜렷한 성과 없는 점 아쉬워
남북 만나 비핵화 협상 궤도에 올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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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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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새벽(한국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귀국했다. 이번 회담은 애초 기대한 만큼의 획기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대화 동력을 살려내는 데 필요한 나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문 대통령에게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미의 입장 차를 조율하는 일이 남았다.
이번 정상회담 성과로 먼저 꼽을 만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한-미 양국 정상의 의지를 확인한 점이다. 특히 두 정상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뜻을 모은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다른 접촉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파악해 빨리 알려달라”고 요청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어서,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위상이 그만큼 탄탄해졌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노력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연속으로 열릴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애초 목표로 잡은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중재안이 ‘한-미 정상 간 허심탄회한 논의’ 수준에 머문 것은 아쉬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동시에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고 단계적으로 조각을 내서 해결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융통성 있는 접근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남북 모두의 관심사인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문제에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점도 아쉽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제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할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여전히 제재 압박을 통한 일괄타결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 대북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한다. 그러나 한-미 정상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톱다운 방식’의 통 큰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제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이른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북-미 협상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비공개 합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공개된 것만 봐서는 북한을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 정도 확인된 이상, 지금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나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긴요하다. 북한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체제 정비를 마친 만큼, 북-미 협상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접촉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두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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