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5 18:45
수정 : 2019.04.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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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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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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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5일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그러지 않고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비롯해 올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1조3200억원에 이른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담보 제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5000억원을 지원받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3년 안에 경영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퇴짜를 맞았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자구계획안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아시아나에는 30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또다시 3년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지 (채권단이) 잘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어떡하든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고 시간 끌기를 한다며 강한 불신을 전한 것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이고,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원칙을 지켜 대주주가 책임지는 자구계획안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이전에는 재벌그룹이 위기에 빠지면 대주주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도 않은 채 무조건 지원을 해주는 게 관행이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총수 일가가 아닌, 기업을 살리는 방안이 마련된 게 바람직하다. 아시아나항공과 1만여명의 임직원을 위해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회장 일가가 계속 아시아나항공을 움켜쥐고 있으면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25위에서 60위 밖으로 밀려난다. 중견그룹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한때 재계 순위 7위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추락은 박 전 회장이 자초한 것이다.
박 전 회장은 2006년과 2008년 막대한 차입금에 의존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그 결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형제의 난’이 벌어졌고 2009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복귀한 박 전 회장은 또다시 ‘그룹 재건’이라는 명분 아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섰고 돈줄 노릇을 한 아시아나항공이 급속히 부실해졌다. 불과 몇해 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그룹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도 교훈을 전혀 얻지 못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태는 견제받지 않는 총수의 독단이 기업을 얼마나 큰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총수가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을 하는데도 이사회 등이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후진적 지배구조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른 재벌 총수들은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더 늦기 전에 ‘오너 리스크’를 키우는 ‘황제 경영’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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