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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3 18:16 수정 : 2019.04.23 19:26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흔히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이라 불리는 ‘특정대기유해물질’의 배출관리 정책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부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배출량 측정 대상이나 시설 인허가에 관한 기준 등이 부실해 관리 공백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최근 문제가 된 일부 기업의 일탈 이전에,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물질 배출을 사실상 방치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정대기유해물질은 “저농도에서도 장기적인 섭취나 노출에 의해 사람의 건강이나 동식물 생육에 직간접적으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대기 배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물질”(대기환경보전법)로, 현재 35종이 지정돼 있다. 그런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량이 많은 상위 71개 업체 가운데 39곳(51%)이 일부 물질에 대한 자가측정을 면제받거나 배출 기준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 해당 기업에 대해 실태 파악은 물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구조인 셈이다.

대기환경보전 법령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의 절반 가까운 16종에 배출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고, 오염물질을 기준 이하로 배출하면 방지시설이나 자가측정을 면제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군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 배출량이 2위임에도 기준이 설정되기 전인 2016년까지 배출량을 전혀 측정하지 않은 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이럴 거면 뭐 하러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애써 지정했는지, 국민 건강보다 기업 편익을 앞세운 탓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이 알아서 자가측정을 하고 배출량을 줄이기를 기대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최근 여수 지역 엘지화학과 한화케미칼 공장이 대기물질 배출량 측정치를 상습적으로 속이고 당진의 현대제철소가 청산가리 원료인 시안화수소를 기준치의 5배 넘게 배출하고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이처럼 느슨한 법망과 이를 개선하지 않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35종에 불과한 발암성 물질의 관리 실태가 이 지경인데, 배출원이 훨씬 넓고 다양한 미세먼지를 어떻게 잡겠다는 건지 우려스럽다. 서둘러 법과 제도, 관리 감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만이 정부 정책의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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