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9 08:15
수정 : 2019.04.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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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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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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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저감장치가 망가진 상태로 당진공장을 5년째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지금도 허용치를 초과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배출되고 있다.
<한겨레>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당진공장에 설치된 3개의 ‘활성탄 흡착탑’이 2014~2015년 잇따라 고장이 났다. 흡착탑은 활성탄을 필터처럼 사용하는 탑 형태의 오염물질 저감장치로, 배기가스가 통과하면 질소산화물의 82%, 황산화물의 95%를 제거된다. 당진공장의 1~3번 소결로에는 각각 한개씩 모두 3개의 흡착탑이 설치돼 있다.
현대제철은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고 부분 보수 공사만 반복하다가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2017년 뒤늦게 흡착탑 교체를 결정했다. 늑장 대처 탓에 2013년 1만1230톤이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16년 2만3477톤, 2017년 2만1849톤으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법정 허용치 초과 배출 건수는 2015년 1만4520번, 2016년은 3915번이나 됐다. 교체 공사가 2020년 10월에야 완료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1년 넘게 허용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충남도는 흡착탑 고장 사실을 보고받고도 현대제철의 자체 개선 계획에만 맡긴 채 사실상 방치해왔다. 그동안 의미 없는 ‘경고’ 처분을 한번 내리고 16억원의 부과금을 물린 게 전부다.
앞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감사원 감사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시안화수소’를 배출하고도 이 사실을 1년8개월 동안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시안화수소는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로 맹독성 물질인 청산칼륨(청산가리)의 원료다. 감사원은 현대제철에 ‘시설 개선 명령’을 내릴 것을 충남도에 권고했으나 충남도는 과태료 60만원의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미세먼지 사태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 ‘미세먼지 특별법’이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현대제철 사례는 대기오염물질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업의 자체 관리와 해당 자치단체의 감독에만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지키게 하는 꼴이다. 특히 기업 유치에 목을 매는 지자체의 감독은 한계가 분명하다.
미세먼지 유발 요인 중 제조업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업장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관리·감독 업무도 지자체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다른 규제와 달리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과 직결된 규제는 강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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