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9 22:05
수정 : 2019.05.09 22:07
문 대통령 “대화·협상 어렵게 해” 경고
대미 불만 표현 위한 ‘제한된 도발’ 분석
한·미 양국도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성
북한이 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지난 4일 대구경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등을 발사한 지 닷새 만에 다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돌 특집 대담에서 “북한의 이런 행동이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미 정상 사이에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원 시기와 규모 등을 검토하는 시점에 도발적 행동을 보이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자제를 촉구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 의도에 대해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낸 데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 나와서 분명히 밝혀야지 이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말처럼,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무력시위를 잇따라 벌이는 건 매우 위태로운 행동일 뿐이다.
북한이 미국을 자극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단거리 발사체와 미사일을 쏜 것은 일단 판을 깰 의도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유엔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은 적은 없지만, 단거리라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원칙적으로는 유엔 결의 위반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없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은 4일 단거리 전술유도무기 등을 발사한 뒤 닷새 만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미의 반응을 봐가며 계속해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디까지 수위를 올리겠다는 것인지 모르나 위험천만한 행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처럼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모두 끊긴 상태에선 사소해 보이는 작은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오해와 갈등,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난해 어렵게 일궈낸 한반도 평화와 협력의 기회가 한순간에 없던 일로 되는 것은 아닌지 무겁게 돌아봐야 한다.
북한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돌연 미사일을 쏘는 등 무력시위를 한 전례가 있다. 그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채 국제사회의 대북 불신감만 키워 유엔의 제재가 강화되는 구실이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과 세 차례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해서 평화의 물꼬를 텄던 점을 되새기고 새로운 국면 타개의 길을 가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돌 대담에서 북한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조속한 (북-미) 회담을 촉구하는 성격도 있다”고 신중한 대응 자세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제한적인 ‘계산된 도발’이 마치 협상의 판을 완전히 깨는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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