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4 17:48
수정 : 2019.05.1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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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청년수당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청년들이 느낀 점과 소망 등을 적은 쪽지들.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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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청년수당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청년들이 느낀 점과 소망 등을 적은 쪽지들.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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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 사업은 2016년 힘겹게 첫걸음을 뗐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이 사업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하며 직권취소 처분까지 내렸다. 시행 4년차를 맞은 지금도 ‘세금낭비’ ‘눈먼 돈’이라는 비난과 인식이 우리 사회엔 적잖다. 서울시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14일 발표는 이런 주장이 근거가 희박한 ‘낙인’이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7년도 지원을 받은 참여자들의 지난해 사회활동 상황을 물어보니, 10명 중 4명꼴로 취업이나 창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술 등 창작활동까지 포함하면 47.2%에 이른다. 조건과 기간이 다르지만,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청년구직촉진수당 사업의 경우 참여자의 취업률이 2018년 32.8%인 것과도 비교된다.
물론 취업률로 사업의 성공 여부를 따질 일은 아니다. 이럴 경우, 자칫 청년들의 다양하고 주체적인 사회진입 가능성을 열어주겠다던 사업 취지와 달리 ‘취업 경쟁’으로 이어져 하나의 ‘투자 사업’으로 변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어떻게 수당을 활용하고 어떻게 변화했는가라는 점이다. ‘공짜 용돈’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거리가 멀게, 응답자들은 80%를 생활비와 학원비·교재비 등에 쓴다고 답했다. 사업 만족도는 99.4%에 달했는데 직접적으로 구직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고, 청년에 대한 공공의 신뢰도를 느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서울시는 올해 대상 연령을 만 29살까지에서 만 34살까지로 확대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반복해온 기업의 세제지원이나 각종 규제완화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밀레니얼 세대들이 구직·사회진입 활동에도 자신의 자율성을 발휘하길 원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이란 액수는 적다면 적을 수도, 많다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졸업과 취업 사이 이행기, 사회 안전망의 혜택도 거의 없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이 지원은 ‘꿈을 꿔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3년 경험을 제대로 평가하고 확산해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란도 이런 경험들이 축적될 때 ‘세금낭비’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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