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07 18:09 수정 : 2019.07.07 20:02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 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 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베트남 출신 아내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한국인 남성이 6일 경찰에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2000년대 국제결혼이 급증하며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심각한 인권 문제로 제기된 지 십수년이다. 변한 것 없는 현실에 분노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에스엔에스에서 퍼진 동영상은 차마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남성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부짖는 두살배기 아이 곁에서 한국말이 서툴다는 등의 이유로 여성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폭행은 상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온 지 한달 남짓 된 이 여성은 평소 서툰 한국말로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가장 자주 했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을 소재 삼는 방송 예능 프로들에서 보듯 낯선 한국 땅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들 또한 적잖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42.1%에 달했다. 형태도 폭행, 흉기 협박, 성적 학대에서부터 욕설, 출신국가나 부모에 대한 모욕까지 다양하다. 아예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더 많았는데, 이유는 ‘창피해서’와 함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몰라서’ ‘아무 효과 없을 것 같아서’ 순이었다. 정부가 이주여성상담소를 제도화하고 쉼터 등을 운영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도 충분하지도 않은 셈이다. 쉼터로 옮겨도 몇달 뒤에는 다시 배우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동영상엔 베트남어로 “한국은 정말 미쳤다”라는 글이 붙었다. 아프지만,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배우자 도움 없이 체류 연장 등이 어려운 상황이나 상대방 국가에 대한 차별의식 같은 특수성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여전한 가부장적 인식 그리고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경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명백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아동학대인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은 끝까지 무관용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피해자와 아동들이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은 이주민 200여만명 가운데 11% 이상이 결혼이주자인 ‘다문화 사회’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