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4 18:16
수정 : 2019.07.25 11:22
방한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꺼냈다. 청와대는 24일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이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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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만났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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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각국 외교관들을 불러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선박 공동호위 연합체’ 결성에 참여하도록 설명회를 연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이 방한 전 일본을 방문한 것도 이 문제를 협의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분위기를 보면, 호르무즈 파병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한국행 원유의 70%가 통과하는 길목이어서 우리에게도 중요한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긴장은 일차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 갈등’에서 시작된 문제다. 섣불리 미국 쪽에 섰다가 이란과 관계가 악화할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더해 발등의 불로 떨어진 한-일 갈등이라는 외교적 난제가 있다. 이런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면담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기는 했지만, 얼마나 깊이 있게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일본이 추가적 보복 조처를 감행할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될 경우 한-미-일 안보공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은 이 협정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한-일 갈등에 여전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갈등이 계속되고 이 문제가 군사문제로까지 깊어지면 미국에도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미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냉정한 계산 아래 이런 사안들과 연계해가며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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