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30 18:09
수정 : 2019.07.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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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최상류인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잡은 영풍석포제련소 간부가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를 조작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멀리 보이는 제련소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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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최상류인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잡은 영풍석포제련소 간부가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를 조작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멀리 보이는 제련소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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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아연 생산 업체인 경북 봉화의 영풍 석포제련소가 인체에 치명적인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수치를 1000분의 1 이상 축소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피하려고 이름을 가렸지만, 문제의 업체를 특정하는 것은 언론에 이미 보도된 다른 환경 범죄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동안 석포제련소가 저질러온 위법 행위는 하나같이 환경 법규를 대놓고 농락한 것이다.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이 작동하고 있기는 한지, 국민의 처지에서 답답하기만 하다.
석포제련소는 1급 발암물질인 비소를 기준치보다 19배 넘게 배출하고도 측정값을 1405분의 1로 축소했다. 기준치를 63배 초과한 납과 12배 초과한 카드뮴도 각각 1400분의 1과 155분의 1로 조작했다. 이들 물질은 사람과 동식물에 대한 심각한 위해성 때문에 특정대기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 이번에 적발된 석포제련소의 3년 치 대기배출기록 조작 건수는 모두 1868건에 이르고, 아예 측정을 하지 않은 채 기록한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조작이 곧 일상이었던 셈이다.
측정대행업체도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고 한다. 석포제련소는 측정대행업체에 기록을 거짓으로 꾸미게 한 뒤 실제 측정값은 따로 기록해 보관하다 단속을 피해 수시로 파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조’를 하지 않는 대행업체에는 수수료 지급을 미루는 식으로 길들이기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래 놓고도 조작된 먼지와 황산화물 농도값으로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벌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상까지 준 꼴이다.
이번에 적발된 측정대행업체 3곳은 지난 3년 동안 대구·경북·경남 지역 업체 911곳에서 무려 1만8115부의 대기측정기록부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일은 전국에 만연해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4월 전남 여수의 대기업들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의 수치를 조작해온 사실이 적발되는 등 대기업 위주의 환경 범죄가 잇따라 뒷북치듯 들춰지고 있다.
이들 업체에 자가 측정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이번에 환경부가 검찰에 넘긴 석포제련소의 최고위급 간부가 상무라고 한다. 관련 법규를 떠나, ‘꼬리 자르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허술한 법 체계를 뿌리부터 정비하고 처벌 규정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맑은 공기로 숨 쉬기를 바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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