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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2 18:03 수정 : 2019.10.02 19:30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오른쪽 둘째),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맨 오른쪽)의 북-미 실무협상 경과를 보고받고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맨 왼쪽), 최선희 외무성 부상(사진 가운데)도 참석했 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오른쪽 둘째),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맨 오른쪽)의 북-미 실무협상 경과를 보고받고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맨 왼쪽), 최선희 외무성 부상(사진 가운데)도 참석했 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드디어 비핵화 실무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북-미 쌍방이 오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일곱달 만에, 판문점 정상회동 이후 석달 만에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본격 돌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협상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북한이 최선희 부상의 발표 직후에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은 실무협상이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 속에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번 실무협상은 북-미 사이 사전 물밑 논의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양쪽이 과연 얼마나 견해차를 줄일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북한이 협상 날짜를 특정해서 발표한 것과 달리, 미국 쪽은 ‘일주일 이내’라고 다소 모호하게 밝힌 것도 이런 불확실성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최선희 부상의 담화 직전에도 북한은 김성 유엔 주재 대사의 연설을 통해 ‘북-미 협상이 기회의 창이 될 것인가,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는 미국에 달렸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를 발표하고 13시간 만에 무력시위에 나선 것도 미국에 대한 압박의 성격이 짙다. 더구나 이번에 발사한 것은 3대 전략무기의 하나로 꼽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가능성이 크다. 도발의 ‘레드라인’에 근접하는 무력시위로 압박의 강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미국이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한다면 북한도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런 집요한 태도는 역으로 그만큼 북한이 이번 실무협상에 많은 것을 걸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관건은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계산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새로운 방법’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협상의 전제로 삼고 있으며, 미국은 비핵화 최종 상태와 로드맵을 포함한 ‘포괄적 합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요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실무협상에서 북-미는 이런 전제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 위에서 비핵화의 상응조처로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해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양쪽이 융통성 있는 태도로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한, 최종 합의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도 미국도 ‘하노이식 해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상황이 녹록하진 않지만 긴 시간 서로 탐색하고 준비해온 만큼, 협상이 결실을 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북-미 모두 이번에는 끝을 보겠다는 각오로 서로가 만족할 합의점을 찾아내 한반도 평화의 큰 길을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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