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4 18:10
수정 : 2019.10.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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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진사퇴한 14일 오후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귀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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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 다해”
문 대통령 “많은 갈등 야기, 국민께 송구”
‘광장의 요구’ 수렴, 개혁법안 입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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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진사퇴한 14일 오후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귀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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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지명된 지 66일, 장관 취임 35일 만이다. 지난 두달간 그를 둘러싼 논란은 ‘조국 블랙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정치적 논쟁과 갈등을 불러왔다. 조국 장관 사퇴로 그런 갈등과 논란은 완화되겠지만, 단지 거기에 멈춰선 안 된다.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다해 그만둔다는 조국 장관의 말처럼, 이번 사태는 검찰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중요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현안을 되새기고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조국 장관은 사퇴 성명에서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다”며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고 국민들께 너무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여기까지 버텼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에게 쏟아진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언론 보도, 여기에 국민 동의도 없이 ‘정치적 판관’을 자처하고 나선 검찰의 수사가 지나치고 가혹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조국 장관을 두고 진보와 보수가 각기 다른 광장에서 정치적 대결을 하고 진보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런 현실에 대한 그의 고민과 함께 여론 악화에 따른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의 위기감 또한 예상보다 빠른 사퇴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사퇴는 ‘조국’을 통해 투영됐던 우리 사회의 많은 과제와 논란을 본격적으로 넘어서는 노력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사의를 받아들이며 “우리 사회가 많은 진통을 겪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을 깊이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과연 실현되고 있느냐는 젊은이들의 외침에 청와대는 책임감 있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현 시국의 민심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국정운영을 해나간다는 자세를 갖기를 바란다.
조국 논란은 역설적으로 진보든 보수든 수십만의 국민이 광장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광장의 정치’가 일상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광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정치는 더 이상 생명력을 갖기 어렵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검찰개혁 법안을 하루빨리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해, 법적으로 개혁을 안착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 사퇴를 또 다른 정치공세의 빌미로 삼는 정략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국 장관이 사퇴했다고 검찰이 그와 가족을 향한 칼날을 거두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 인사권과 국회의 장관인준 절차에 무리하게 개입한 행태가 ‘조국 논란’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키웠음을 엄중하게 돌아봐야 한다. 수사 과정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과 먼지털기식 수사가 많은 시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음을 인식하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검찰개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고, 이것이 조국 장관 사퇴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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