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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7 18:45 수정 : 2019.11.18 02:37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진윤석 위원장(가운데)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진윤석 위원장(가운데)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소규모 노조 3곳이 들어섰지만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설립된 것은 처음이다. 기존 3개 노조는 조합원이 모두 합쳐 수십명에 불과하고 활동도 거의 없었다. 반면 이번 노조는 이미 500명 안팎의 조합원을 확보한데다 상급단체의 지원을 받고 다른 노조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새 노조는 조합원 1만명 달성이 1차 목표이며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이르면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진윤석 노조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 여러분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하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진 위원장은 이어 “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5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노조가 설립된 것을 삼성은 부끄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부정하는 곳은 아마 삼성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삼성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했던 고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3대를 거치면서 ‘경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다. 삼성은 노조 설립 움직임이 포착되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방해에 나서고 설립 뒤에는 초기에 와해시키거나 지속적인 회유와 압력을 통해 고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감시, 미행, 협박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지난 5일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은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로 이어지는 전사적인 역량이 집중된 조직적 범죄로, 반헌법적인 노조 파괴 범죄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상훈 삼성전자 의장(사장)과 강경훈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는 등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삼성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포기할 때도 됐다. 노조를 대화와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특권 없는 노조, 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 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약속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의 노사관계는 늘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평가 결과에서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종합 순위는 13위인데 노사관계 협력 순위는 130위였다. 대립적 노사관계 탓에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 삼성전자 노사가 ‘상생의 노사관계’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 관련 기사 : ‘50년 무노조’ 삼성전자에 한국노총 산하 노조 설립한다

▶ 관련 기사 : ‘삼성 노조 와해 공작’ 전·현 임직원 32명 징역형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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