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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18:19 수정 : 2019.11.21 02:39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았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2019.11.20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았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2019.11.20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문제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얼마 전엔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이 “보통의 미국인은 주한·주일미군이 왜 거기에 있는지 묻는다”고 하더니, 이젠 드러내 놓고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흔들어대는 모양새다. 아무리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 해도, 주한미군 감축까지 들먹이는 행태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최근 며칠 사이에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마크 밀리 합참의장, 에스퍼 장관 등이 잇따라 한국에 와서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50억달러(약 5조8천억원)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스무번쯤 반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수십년간 많은 미국 대사를 만났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대사가 주재국 의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이런 식의 외교적 결례를 할 수 있는 건지, 그 무례함이 놀라울 정도다. 20일 열린 한-미 당국 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선 미국 쪽이 “한국 제안은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는 게 아니다”라며 8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 어젠다여서, 관료들이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동맹’ 사이라면,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 오직 ‘돈’을 위해서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한-미 동맹 근간인 주한미군 문제까지 끄집어내는 건 한참 도를 넘은 것이다. 더욱이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지 않은가.

미국이 ‘주한미군 서비스를 돈 주고 사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공동의 안보이익과 가치를 나누는 ‘동맹’은 설 자리가 사라진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동맹의 모토는 ‘같이 갑시다’이지, ‘돈을 충분히 받으면 같이 간다’가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진정 무엇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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