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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1 19:09 수정 : 2019.12.12 02:42

10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자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0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자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0일 밤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구태를 되풀이했다. 이번에도 ‘졸속 심사’ ‘밀실 심사’ ‘쪽지 예산’ ‘정쟁 연계’ ‘지각 처리’ 등 이른바 ‘5대 구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대치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법정 처리 시한(2일)을 8일이나 넘겼고 그러다 보니 막판 벼락치기 심사를 했다. 올해는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 대신 ‘4+1 여야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가동됐는데, 회의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국회는 소소위도 속기록을 작성해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빈말이 됐다.

심사 과정도 문제지만 더 고약한 것은 내용이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 규모를 애초 정부안(513조5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 깎은 512조3천억원으로 확정했다. 정부안에서 9조1천억원을 감액하는 대신 국회가 7조9천억원을 증액했다. 부문별로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가장 많은 1조1천억원 삭감된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9천억원 늘어났다.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늘렸다고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사회간접자본 예산도 꼭 필요하면 증액해야 한다. 문제는 주로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집중적으로 깎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지역구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늘린 점이다.

특히 4+1 협의체에 각 당 대표로 참여한 의원들이 ‘셀프 증액’을 많이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신안산선 복선전철 사업에서 정부안보다 50억원을 더 따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군산시 옥서면 농어촌도로 확장 사업에서 5억원, 대안신당 장병완 의원은 광주-강진고속도로 건설 사업에서 230억원을 늘렸다.

당 차원에서는 예산안 통과에 강력히 반대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개인적으로는 실속을 챙겼다. 예결특위 위원장인 김재원 의원이 구미-군위 국도 건설 등 자신의 지역구 3개 사업에서 모두 40억원을 늘린 게 대표적이다. 여야가 겉으로는 싸우면서 안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동료애’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반면 의원들은 노인요양시설 확충(-563억원), 청년을 위한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260억원),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139억원), 취업성공패키지(-130억원),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114억원) 등은 칼질을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마당에 국회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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