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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2 17:17 수정 : 2019.12.13 02:38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서울/AFP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서울/AFP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15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대 기로에 선 시점에 이루어지는 방한인 만큼, 특별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 관심은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중에 과연 북한 쪽과 만날 수 있을 것이냐로 모인다.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데다 ‘연말 시한’을 코앞에 둔 터여서, 이번 방한이 북-미 사이 의미 있는 만남의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 방한을 앞두고 미국은 강온 양면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기회를 날리는 것이 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 병행적으로 행동하고 동시적으로 조처를 취하며 유연하게 접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까지 미국의 태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향해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데 좀 더 강조점이 찍혀 있어 눈길을 끈다. 애초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려던 것을 미국의 요청으로 회의 의제를 바꾼 것에서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유화 제스처가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가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제재 완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에 서 있음을 고려하면, 북한의 최대 관심사가 ‘제재 완화’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미국이 제재 완화를 후순위로 밀어놓은 데 북한이 반발하면서 협상이 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재 완화가 중심 의제로 올라서지 않고는 북-미 대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북한과 미국의 요구 사항은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관건은 ‘북-미가 서로의 입장에 얼마나 다가서느냐’다. 이번 방한 때 비건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거나 새 협상안을 가져온다면 북-미의 진지한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올 경우 이번 방한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무위로 끝날 수 있다. 북한도 미국의 양보만 기다리며 강경 태도로 일관하다간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결과를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북-미는 이번 기회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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