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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20:49 수정 : 2019.12.16 15:18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가 13일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노사업무 총괄책임자였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징역 1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부사장이)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해, 에버랜드의 노조 설립이 감지되자 노조 와해 및 고사를 위한 실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우석 전 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전무)은 징역 10개월, 전·현직 에버랜드 직원 11명은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또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총수를 보좌하며 그룹 계열사들을 지휘하는 조직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이 노조 와해 전략을 짜고 계열사들의 노조 문제를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죄라는 것이다.

삼성은 2011년 에버랜드에 노조가 설립되자 미래전략실이 만든 대응 전략에 따라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노조 핵심 인물을 해고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그런데도 삼성은 재판에서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삼성은 “2011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초기 과도한 대응을 했고, 일부 부당노동행위를 한 점은 반성한다”면서도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2013년 12월31일 이전의 일들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해까지 장기간 노동자 감시와 동향 파악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와 검찰도 노조 와해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013년 삼성그룹이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이건희 회장 등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되레 삼성 편을 들었고,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2년이나 시간이 끌다가 2015년 “문건 작성의 주체와 출처를 확인할 수 없고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으로 삼성 서울 서초동 사옥과 영포빌딩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 와해 문건이 무더기로 나와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나흘 뒤인 17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다. 강 부사장 외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도 피고인이다. 법원의 엄정한 판결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의 인식 변화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했던 고 이병철 창업주 이래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에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삼성은 이제라도 노조를 대화와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 관련 기사 :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부사장 징역형…“그룹 차원 조직적 범행”

▶ 관련 기사 : ‘삼성 노조 와해’ 6년 만에 선고 앞둬…윗선 ‘모르쇠 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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