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4 18:33
수정 : 2019.12.25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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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의석이 텅비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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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의석이 텅비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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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4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상정한 개정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상황에 놓이자, 대응 카드로 ‘비례한국당 창당’이라는 ‘꼼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가짜 정당을 급조해 의석을 늘려보겠다는 비민주적·비상식적 발상인데, 자칫 여론의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걸 자유한국당은 알아야 한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수없이 경고했지만 반헌법적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려 하고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례한국당’이란 당명을 사용 중인 이와 접촉해 협조를 구하고, 여의치 않으면 독자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례정당으로 옮겨 정당 투표에서 당의 기호를 앞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선거가 끝나면 이 가짜 정당 의원들을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데려오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꼼수의 극치다. 공당이 남이 사용 중인 당명을 가져다 쓰고, 선거를 전후해 의원들을 철새처럼 들고 나게 하겠다는 건데, 편법도 이런 편법이 없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발상은 정치개혁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은 부족하나마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로 가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 연동률 50%를 47석 중 30석까지만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함으로써 득표율과 의석 괴리를 줄이고,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도록 했다. ‘4+1’ 내부의 막판 줄다리기로 ‘연동형’의 취지가 많이 퇴색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선거법이 통과되면 모든 정당은 이 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는 게 순리다.
자유한국당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가짜 정당’을 만든다고 국민이 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정당은 창당 절차부터 시작해 정강정책이나 주요 인물에 이르기까지 흐트러짐이 없어야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군사작전 하듯 정당을 급조해 의석 몇 석 더 얻겠다고 꾀를 부리다가는 오히려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상식에 반하는 ‘비례한국당’ 구상을 즉각 철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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