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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4 18:42 수정 : 2019.12.25 02:38

그래픽 김승미, 사진 연합뉴스

그래픽 김승미, 사진 연합뉴스

한진그룹 3세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그동안 온갖 갑질과 비리로 사회적 지탄을 받더니 이젠 회사 사정이 어려운 마당에 ‘경영권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후안무치가 이를 데 없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해 “한진그룹이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부친이 생전에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가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동생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발전을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이번 논란이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반박 입장문을 냈다. 조 회장이 누나와 함께 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두 사람은 내년 3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호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이 6.52%, 조 전 부사장이 6.49%,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로 삼남매가 비슷하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를 가지고 있다.

한진그룹 3세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5년 전 ‘땅콩 회항’으로 공분을 일으킨 조현아 전 부사장은 최근 고가품 밀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모친과 함께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인 인하대 부정 편입학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뺑소니와 노인 폭행 전력도 있다. 조현민 전무는 ‘물컵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누가 더 낫다고 비교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국민은 삼남매 중 누가 경영권을 이어받느냐에 별 관심이 없다. 재계 순위 13위인 한진그룹이 또다시 ‘오너 리스크’에 흔들려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할 뿐이다. 더욱이 한진그룹은 현재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지난 10월 창사 이후 첫 무급휴직을 실시했고 6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직원들을 고통에 몰아넣은 데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진그룹 3세들은 능력과 자질이 안 되는데도 총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물려받는 ‘족벌 경영’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경영권 승계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시행 등 재벌 개혁이 왜 필요한지도 다시끔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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