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0 18:01
수정 : 2020.01.1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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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을 비롯한 민생·경제 법안 198건을 처리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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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을 비롯한 민생·경제 법안 198건을 처리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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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계에서 숙원으로 꼽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게 처리한 ‘가명 정보’는 본인 동의 없이 기업이나 기관에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익은 물론 영리 목적으로도 가명 상태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기업이 구매 물품에 대한 소비자의 연령·성별 선호 같은 통계에 바탕을 두고 맞춤형 상품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다. 관련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 쪽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개인정보 오·남용과 보안 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에선 그동안 데이터 3법 통과를 ‘규제 완화’의 상징처럼 여겼다. ‘빅데이터’ 활용 규제가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법 통과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페이스북에 “만세! 드디어 데이터 3법 통과!”라며 환영 글을 올린 게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제 빌미가 사라졌으니,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탤지 지켜볼 일이다.
개정 법에는 그림자도 짙다. 여러 개인정보를 결합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재식별) 따위의 보안사고 위험성이다. 시민사회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법 통과 뒤 낸 성명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은밀한 신용·질병 정보 등에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할 길이 열렸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법의 재개정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잇따라 겪었던 탓에 이를 기우로만 돌릴 수는 없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선 본인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과학적 연구와 통계 목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 견줘서도 그렇다.
법 개정으로 ‘사전 규제’가 풀린 만큼 엄정한 ‘사후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정보를 다루는 개별 기업은 개인정보 유출에 경각심을 갖고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대형 사고가 나면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법에 이미 규정된 통제 장치를 엄격하게 가동하고 과징금 부과 기준(매출액의 3%)을 비롯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정보 유출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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