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7:45
수정 : 2020.01.13 02:37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 친서를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아 북한에 전했다고 밝힌 뒤 하루 만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받은 사실을 밝힌 것은 북-미 협상 교착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김계관 고문의 담화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에 대한 냉랭한 거절에 방점이 찍혀 있다. 김 고문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며 미국에 속아 시간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제재 완화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상황을 관리하는 데만 몰두한다는 북한의 의구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북-미 정상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서도 두 정상의 친분이 북-미 협상의 결정적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확실한 담보 없이 친서나 덕담만으로 협상이 재개될 수 없다고 못박은 셈이다. 미국이 깊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김 고문의 남쪽을 향한 발언에도 가시가 박혀 있다.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덕담을 전했다고 한 데 대해 ‘북-미 관계 중재자 역할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끼어들지 말라’고 한 것은 남쪽과는 당분간 대화하지 않겠다는 투로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 제안도 거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이 그간 남쪽의 중재자 역할에 실망했을 수는 있지만, 남쪽의 노력에까지 이렇게 조롱조로 반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남쪽의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북-미 관계를 푸는 길임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김 고문 담화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친서 외교’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먼저 양보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북한이 명확히 한 이상, 미국의 접근법이 바뀌어야 한다. 북한도 엇나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와 뜻을 맞춰보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몫도 있다. 북한이 아무리 부정하더라도 촉진자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정부는 북-미가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